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일 ‘검언유착 의혹’ 수사와 관련해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절차를 중단하고 수사 결과만 보고받으라”고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하지만 윤 총장은 이날 수용 여부를 밝히지 않고 3일 전국 검사장 회의를 소집하기로 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가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나오는 등 법무부와 검찰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秋 “윤석열, 손 떼라”법무부는 추 장관이 “진행 중인 수사자문단 심의 절차를 중단하라”는 내용의 지휘 서신을 윤 총장에게 보냈다고 이날 밝혔다. 또 “공정한 수사를 보장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수사팀이 대검찰청 등 상급자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사한 뒤 결과만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라”고 덧붙였다. 윤 총장은 이번 사건 수사지휘에서 손을 떼라는 것이다.
법무부 장관이 개별 사안에 대해 검찰총장에게 명시적으로 지휘권을 행사한 것은 역대 두 번째다. 윤 총장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으로부터 ‘공개항명’을 당한 데 이어 장관으로부터 수사지휘를 받는 ‘불명예’까지 안게 돼 입지가 더욱 좁아지게 됐다. 검찰 근무 경험이 있는 복수의 법조인은 “(추 장관의 이날 지휘권 행사는) 윤 총장에게 사실상 사퇴하라는 소리”라고 해석했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이 이번 사건에 연루된 자신의 최측근(한동훈 검사장)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해 불공정하게 수사지휘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모 전 채널A 기자가 한 검사장과 공모해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협박성 취재(강요미수)를 했다는 것이 의혹의 골자다.
하지만 윤 총장은 강요미수 혐의 적용이 과하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도 “강요미수죄만으로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세운 사례는 드물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선 추 장관의 지휘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정희도 부장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총장의 수사지휘권 배제를 지휘한다면 당연히 현 수사팀의 불공정 편파 우려를 막기 위해 다른 수사팀이 수사하도록 지휘했어야 한다”고 썼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윤 총장이 다소 무리하게 수사자문단 소집을 강행한 것도 문제라는 의견이 나온다. 윤 총장은 앞서 이번 사건 지휘권을 대검 부장으로 구성된 협의체에 넘겼으나 부장들의 의견이 모이지 않은 상황에서 수사팀 이외 검사로 꾸려진 수사자문단 소집을 결정했다.대검 “아직 수사 지휘 수용 안해”윤 총장은 추 장관의 지휘 서신을 받은 직후 간부들과 ‘마라톤 회의’를 열고 3일 수사자문단을 소집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대검은 “수사지휘를 수용한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윤 총장은 대신 추 장관의 수사지휘를 수용할지 전국 검사장들에게 의견을 묻기로 했다. 전국 검사장 회의는 3일 열린다.
법조계에선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지시를 거부하긴 힘들 것이란 전망이 많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장관의 총장 지휘권은 법에 명시된 권한”이라며 “따르지 않을 경우 징계 또는 해임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윤 총장이 ‘위법한 지시’라며 추 장관을 정면으로 들이받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박철완 부장검사는 이날 검찰청법 7조2항을 인용해 “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지휘가 위법, 부당하다고 판단하면 의견을 개진하고 적정한 지휘를 재요청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윤 총장이 먼저 사퇴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검찰 내 시각이다. 윤 총장은 그동안 사석에서 수차례 스스로 물러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왔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 사건은 검찰청법에 명시된 지휘권을 발동할 만큼 중대한 사안이냐의 문제가 남아 있다”며 “장관의 지휘권이 ‘선’을 넘었다는 비판이 있는 만큼 윤 총장은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혁/안효주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