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라임펀드 100% 배상' 투자원칙 허무는 과잉조치다

입력 2020-07-02 18:16
수정 2020-07-03 00:11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가 라임펀드 판매사들에 ‘투자원금 전액 반환’을 권고한 것은 과잉조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번 결정은 상품설계와 투자를 주도한 라임자산운용과 신한금융투자가 무역금융펀드의 부실을 인지한 2018년 11월 이후 투자자에게 적용된다. 558명(법인 58곳 포함)의 투자원금 1611억원이 반환될 것이란 게 금감원 예상이다.

분조위의 역대 최고 배상비율이 80%였다는 점에서 ‘100% 배상’ 권고는 파격적 결정이다. 여타 사례처럼 단순 불완전판매가 아니라 사기행위이기 때문에 전액 배상이 마땅하다는 게 금감원 설명이다. 또 민법상 ‘착오(체결시점에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 의한 계약취소’ 조항을 적용하면 법원의 ‘사기’ 판결 없이도 신속한 구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희대의 금융사기’로 불릴 정도로 어이없는 사건이라는 점이 이 같은 초유의 결정을 감행한 배경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판매사도 대부분 라임자산운용 사기 행각의 피해자라는 점에서 논란이 불가피하다. 라임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고 대출해 주며 펀드운용에 깊이 개입한 신한금투 외에 우리은행, 하나은행, 미래에셋대우, 신영증권은 무역금융펀드의 부실운용을 인지하지 못했다. 금감원은 ‘부실 인지 여부’는 착오취소 판단의 요인이 아니라고 강조하지만 지금까지 판매사를 상대로 한 ‘착오에 따른 취소 소송’은 법원이 한 번도 받아들인 적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더구나 판매사는 자본시장법상 상품운용에 대한 자료를 요구할 수 없다. ‘네가 팔았으니 네가 책임져라’는 단순논리로 밀어붙이는 것은 감독부실을 가리기 위한 면피행정이라는 의구심을 키울 뿐이다. 청와대 파견 직원이 라임의 사기행각을 적극 지원하는 등 금융당국은 책임론에 휩싸인 상황이다.

억울한 판매사들은 라임과 신한금투에 별도 소송을 제기해 배상금을 회수하면 된다는 설명도 무책임하다. 라임은 청산해봤자 찾아갈 재산도 없는 상태다. ‘100% 배상’ 권고가 ‘투자자 자기책임의 원칙’에 반한다는 점도 잊어선 안 된다. 금감원이 펴낸 가이드에도 ‘금융회사 임직원 등의 투자권유를 받아 투자하는 경우에도 최종 책임은 투자자에게 있다’고 명시돼 있다. 부정한 사기판매가 입증돼도 고수익 목적의 사모펀드 투자자는 일정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기도 하다.

판매사나 운용사의 사기행위와 부실한 고객보호를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관용 없이 일벌백계해야 마땅하다. 그렇더라도 100% 배상을 강제한다면 사모펀드는 더 이상 투자상품이 아니라 원금보장형 상품이 되고 말 것이다. 과잉조치는 시장을 정화시키기는커녕 퇴화시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