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가 DNA 내부의 이상 구조를 제어하는 방법이 밝혀졌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 항상성 연구단의 이규영 연구위원팀은 암 억제 단백질로 불리는 ATAD5가 DNA에 발생하는 이상 구조를 조절하는 원리를 밝혔다.
우리 몸은 끊임없이 DNA를 복제하며 세포를 분열한다. 이중가닥인 DNA가 둘로 나눠지며 복제를 하는데, 만약 복제에 필요한 물질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 등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DNA는 RNA와 결합해 일시적으로 동그란 모양의 ‘R-루프’를 형성한다. 그러다 상황이 좋아지면 다시 R-루프가 해소되며 복제를 재가동한다.
하지만 간혹 R-루프가 해소되지 않고 오랜 시간 지속되면 DNA가 제대로 복제되지 않은 상태로 세포가 분열되면 암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유전체 항상성 연구단은 복제 과정에 도움을 주는 ATAD5 단백질이 R-루프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 판단해, 인간 세포 안에서 ATAD5 단백질의 양을 줄였다. 그 결과 DNA 복제가 이뤄지고 있는 세포에서만 R-루프의 양이 증가하는 것을 발견했다. DNA 복제 중 ATAD5 단백질이 R-루프 형성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ATAD5 단백질이 R-루프를 풀어주는 ‘DNA-RNA 풀림효소 단백질’과 상호작용하는 것을 추가적으로 확인했다. ATAD5 단백질의 양이 적어지면 DNA-RNA 풀림효소의 양도 함께 줄어들었다.
연구진은 두 사실을 종합해 ATAD5 단백질이 DNA-RNA 풀림효소 양을 유지해 복제 중인 DNA의 R-루프를 제거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규영 연구위원은 “R-루프는 암 발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DNA 안전성을 해치는 요소인 만큼 이번 연구가 향후 암 치료제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핵산 연구(Nucleic Acids Research)’ 온라인 판 6월 15일자에 게재됐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