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세 경기도 자치행정국장이 1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정한 조달시스템 자체 개발·운영 계획'을 발표했다. 경기도 제공
경기도가 조달청의 나라장터를 대체할 공정한 조달시스템 자체 개발을 위해 가칭 '공정조달기구'를 설치하기로 했다. 이는 나라장터가 공공물품 조달시장을 독점해 조달 가격이 비싸고, 조달 수수료가 불공정하게 분배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김기세 도 자치행정국장은 2일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정부나 지방출자출연기관, 지방공기업의 선택지를 늘려 건전한 공정조달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정한 조달시스템 자체 개발·운영 계획’을 밝혔다.
김 국장은 “OECD 국가 중에 중앙조달을 강제하는 나라는 한국과 슬로바키아뿐”이라며 “공정한 조달시스템은 나라장터와 싸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독과점의 폐해를 개선하고, 불공정한 시장구조를 바꾸기 위한 것”이라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도는 이날 조달청이 운영하는 국가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의 공공물품조달시장 독점으로 ▲비싼 조달 가격 ▲조달수수료의 불공정한 분배 등 2가지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먼저 도가 지난 4~5월 나라장터와 일반쇼핑몰의 물품 가격을 비교한 결과 나라장터에서 판매하고 있는 공공조달물품 6129개 가운데 실질적으로 가격 비교가 가능한 동일모델은 10%인 646개에 불과했다. 이들 646개 제품 가운데 90개(13.9%) 제품은 시장단가보다 오히려 비싸게 판매되고 있었다.
이는 나라장터물품과 시중물품의 상호가격비교가 곤란해 적정수준의 물품 가격관리가 어려운 상황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도는 설명했다.
도는 이런 상황에도 현행 제도(조달사업에 관한 법률 제5조2)가 나라장터에 등록된 물품을 우선 구매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시장단가보다 비싼 가격에 공공조달물품을 나라장터에서 구매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도는 조달수수료의 불공정 분배 문제도 지적했다. 도는 시군과 산하 공공기관을 포함해 최근 3년간 조달계약 체결에 따라 약 246억원을 조달수수료로 납부했다. 하지만 조달청은 막대한 조달수수료를 받으면서도 이 수수료를 통해 지방정부를 지원하는 사업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지방정부는 매년 888억원 정도를 내고 있다.
도는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3월부터 자치행정국에 공정조달태스크포스(T/F)팀을 신설해 자체 조달시스템 개발?운영 계획 5가지를 추진 중이다.
도는 먼저 도 공정조달시스템에 시장단가를 적용해 시장의 자율경쟁이 반영된 값싸고 좋은 제품으로 수익을 창출할 계획이다.
특히 방역?재난을 위한 공공행정관련 입찰 편의를 제공해 입찰과정에서 소요되는 기간을 단축하고 도-시군 공동구매 기능도 반영할 예정이다. 도는 코로나19 같은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긴급입찰을 통해 안정적이고 신속한 물량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도는 이와 함께 입찰담합 정황과 수사의뢰 등 입찰 부정행위 방지를 위해 입찰담합 모니터링제를 운영해 조달 수익 시군 분배 등 조달 시스템 개발·운영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또 가칭 공정조달기구 본원은 경기 북부에 두고, 남부에 사업소를 설치해 지역 균형발전과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이재명 지사의 도정 철학을 반영할 계획이다.
하지만 도는 공정조달기구 설치와 관련해 기획재정부, 조달청 등과의 사전협의가 필요해 관련 법령개정을 건의 통해 2022년 초 시범은영을 목표로 추진할 방침이다.
한편 김 국장은 “도가 운영하는 조달시스템의 원칙은 지방분권, 지방재정 독립, 조달시장 개방 경쟁체제 구축”이라며 “이를 계기로 조달청은 조달시장을 관리?감독하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나라장터 운영 역할은 분리해 여러 조달시스템과 자율 경쟁을 통해 공공 조달시장의 건전성을 확보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원=윤상연 기자 syyoon11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