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앙부처 고위공무원들의 스마트폰에서 찾아볼 수 있는 공통점은 뭘까. 바로 일정한 시야각을 벗어나면 화면이 까맣게 가려지는 보안필름을 액정화면에 붙였다는 것.
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국무조정실은 최근 모든 중앙부처 운영지원과에 '정보보호 등 보안 강화를 위해 주요 직위자는 스마트폰에 보안필름을 부착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했다.
다만 '주요 직위자'가 어느 직급까지인지 해석은 각 부처 판단에 맡겼다. 어느 업체의 보안필름을 살 것인지도 각 부처가 정하도록 했다. 예산 역시 각 부처에서 집행했다. 이후 부처별 상황에 따라 1급 실장 이상, 국장급 또는 과장급 이상 보안필름을 부착했다.
국조실이 이 같은 조치에 나선 건 '제2의 김경수 경남도지사 메시지 사태'를 막기 위해서다. 올 5월 사회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한 문승욱 국무조정실 제2차장이 김 지사가 보낸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의 메시지를 확인하다가 그 내용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된 것이다.
김 지사는 문 차장에게 "좀 전 코로나19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발언은 대단히 위험한 얘기다. 장관님 인식이 걱정된다"고 했다. 박 장관이 "이태원 등이 성소수자의 이동경로이니 적극 대응해달라"고 발언한 것은 차별적일 뿐 아니라 정부 대응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한 것이다.
문 차장은 "사회실장에게 전달해서 복지부 측에 대외적으로 불필요한 언급이 없도록 협의(하겠다)"고 답했다. 이후 일각에서 "경남도지사가 국조실 위에 있는 모양새"라는 얘기가 나왔다.
국조실 관계자는 "문 차장의 스마트폰 화면이 언론에 노출되는 등 보안 강화 필요성이 제기됐다"며 "정책적 결정을 위해 다양한 협의 과정이 있을 수 있는데 그 과정이 그대로 노출되는 건 위험성이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국회의원이나 고위 공무원들의 스마트폰 화면이 보도의 대상이 된 사례는 적지 않다.
지난달 6일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이천(화재참사 합동분향소)에 다시 찾아가시면 안 된다"는 휴대폰 메시지를 받은 게 국회 취재진 카메라에 찍히기도 했다. 이 전 총리는 그 전날 이천참사 분향소를 찾았다가 "무슨 대책을 갖고 왔냐"는 유족들의 항의를 들었다. 당시 이 전 총리가 "제가 현재 국회의원이 아니다. 책임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고 말한 것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세종으로 정부청사를 이전 뒤 KTX 이동이 잦은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옆자리에 앉은 사람의 눈치를 안 보고 보고서를 확대해서 확인해도 돼 편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