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보다 돈"? 청와대 참모들도 집 안 팔고 버텼다

입력 2020-07-02 10:49
수정 2020-07-02 10:51

문재인 대통령(사진)이 여러 차례 실거주할 집이 아니면 팔라는 메시지를 보냈지만 2일 현재 청와대 참모들조차 집을 안 팔고 버틴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대통령 철학에 따라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해 12월 청와대 참모진에게 "수도권에 집을 2채 이상 보유했다면 6개월 내에 한 채만 남기고 처분하라"고 권고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같은 달 언론사 경제부장 오찬 간담회에서 "주택 여러 채를 보유한 정부부처 고위 공직자는 한 채만 빼고 처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두 사람 조차 다주택자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노영민 실장은 서울 서초구와 충북 청주시 흥덕구에 아파트를 보유했고, 홍남기 부총리는 경기 의왕시 소재 아파트와 세종시 소재 주상복합건물 분양권을 갖고 있다.

고위 공직자 가운데 최초로 "집 한 채만 남기고 팔겠다"고 공개 선언했던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여전히 다주택자다.

올해 재산을 신고한 청와대 소속 고위공직자 중 다주택자는 18명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에 다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8명, 10명은 지방에 주택을 갖고 있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0년 재산을 신고한 청와대 소속 고위공직자의 아파트·오피스텔 보유 현황'을 발표했다. 올 3~6월 공개된 비서관급 이상 청와대 고위공직자의 재산을 분석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김조원 민정수석, 김거성 시민사회수석, 이호승 경제수석, 여현호 국정홍보비서관, 김애경 해외언론비서관, 강문대 사회조정비서관, 강민석 대변인 7명이 수도권에 집을 2채씩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조원 민정수석은 서울 강남구 도곡동과 송파구 잠실동에, 이호승 경제수석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만 2채를 보유했다. 유송화 전 춘추관장은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2채, 중계동에 1채 등 총 3채를 보유했다.

다만 이호승 경제수석과 강민석 대변인은 정확히는 주택 지분을 가족이 아닌 사람과 공유한 '1.5채'에 해당한다.

지방에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는 노영민 비서실장, 황덕순 일자리수석, 김외숙 인사수석, 조성재 고용노동비서관, 석종훈 중소벤처비서관, 강성천 전 산업정책비서관, 윤성원 국토교통비서관, 박진규 농상비서관, 주형철 전 경제보좌관, 최혁진 전 사회적경제비서관 등 10명이다.

황덕순 일자리수석은 청주시에 3채를, 석종훈 중소벤처비서관은 제주시 노형동 2채와 연동 2채 등 4채의 집을 보유 중이다.

수도권에 2채 이상 주택을 보유한 일부 청와대 참모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3년간 보유한 주택 시세가 10억원 넘게 올랐다.

경실련에 따르면 여현호 국정홍보비서관이 보유한 주택 2채의 2017년 5월 시세는 13억5000만원이었으나, 올해 6월엔 30억1500만원으로 16억6500만원 올랐다. 여현호 비서관은 경기 과천과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각각 1채씩 2채를 보유하고 있다.

또 김조원 민정수석의 주택 2채는 같은 기간 21억4000만원에서 32억7500만원으로 11억3500만원, 강민석 대변인은 15억8750만원에서 27억1000만원으로 11억2250만원 증가했다. 이호승 경제수석은 6억3000만원, 유송화 전 춘추관장은 5억1000만원 올랐다.

경실련은 "청와대 고위공직자와 여당 국회의원들이 부동산을 과다 보유하고 있고,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수혜를 누리면서 부동산 정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며 "문재인 정부 3년간 집값 폭등이 이를 증명한다"고 지적했다.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친여 인사인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참여정부 고위공직자 중에는 다주택자가 많았던 기억이 없는데 이 정부에는 다주택자가 많아 충격을 받았다"며 "대통령과 국토교통부 장관이 (집을) 팔라고 해도 팔지 않는 (고위공직자의) 강심장에 놀랐다"고 했다.

황규환 미래통합당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공직은 유한하지만 부동산은 무한하다'는 게 청와대 참모진의 인식"이라며 "집을 여러 채 가진 것 자체로 문제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21번이나 누더기 대책을 쏟아내며 서민들에게서는 집 한 채 마련하려는 꿈조차 빼앗았던 이 정권이기에 국민들은 허탈한 심정을 감출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정권으로부터 핍박을 받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해까지 서울 서초구와 송파구에 아파트 한 채씩 있었지만 송파구 아파트를 매각해 1주택자가 됐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