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1대 국회의 당론 1호 법안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하는 국회법’(국회법 일부 개정안)을 7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키로 했다. 일하는 국회법은 법제사법위원회 권한 축소, 상임위원회 자동 개최 등의 내용을 담고 있어 거대 여당의 입법 독주 태세가 갖춰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법사위 권한 축소민주당은 1일 의원총회에서 일하는 국회법의 첫 번째 과제로 여야 원 구성 협상의 핵심이 됐던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권을 폐지키로 했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정책 의원총회 이후 브리핑에서 “7월 임시국회에서 일하는 국회법을 1호 법안으로 처리할 것”이라며 “첫 번째 안이 법사위 체계·자구심사권을 폐지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사위는 그동안 야당이 정부와 여당을 견제하는 주요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하지만 민주당은 법사위가 일하는 국회의 발목을 잡는다는 이유에서 권한 축소 방안을 마련해왔다. 지난 5월 출범한 ‘일하는 국회 추진단’ 소속 민주당 의원들 모두 법사위를 국회 개혁 과제 대상 1순위로 꼽았다.
이번 의원총회에서는 조응천 의원이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권 폐지를 발제했다. 민주당은 법사위가 갖고 있던 체계·자구심사권을 폐지하는 대신 체계·자구검토기구를 새롭게 만들 방침이다. 추후 논의를 통해 국회사무처 혹은 국회입법조사처에 해당 기구를 둘 계획이다. 상임위 내 복수 법안소위도 설치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법제 기능이 빠진 사법위원회는 비상설특위였던 윤리위원회와 병합해 ‘윤리사법위원회’로 개편하는 방안 역시 검토될 것으로 알려졌다.상시 국회 도입…불출석 땐 페널티일하는 국회법은 상시 국회 제도화를 위해 9월부터 12월까지 열리는 정기회의를 제외하고 1월에서 7월까지 매월 임시회의를 연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본회의는 매월 둘째 주와 넷째 주 목요일 오후 2시에, 상임위 및 법안심사소위원회도 월 4회 열 예정이다. 9월 정기국회 이전에 국정감사를 완료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법안 처리에서도 먼저 제출된 법안을 우선 처리하는 ‘선입선출’ 원칙을 명시할 예정이다. 법안심사소위에서 그동안 의원 만장일치로 법안을 통과시키던 관행을 다수결 원칙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법으로 규정하기로 했다. 청원 안건의 심사 시간도 기존 90일에서 60일로 줄이고, 이 기간 내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60일 범위에서 한 차례 연장할 수 있던 것을 30일로 단축하기로 했다.
상시 국회 및 상임위에 불출석한 의원은 회의 다음날 국회 홈페이지에 출결 현황을 개시하고, 상임위원장은 한 달에 한 번씩 소속 의원의 출결 현황을 공개한 뒤 국회의장에게 보고하기로 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출결 현황이 그대로 (국민들에게) 보고되고 임기 4년의 의정 활동을 보여줄 것”이라며 “의원으로선 불출석이 다음 총선에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확실히 일하는 국회를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회의에 불출석하는 의원의 세비를 깎는 것에 대해서는 “의원총회에서 언급되긴 했는데 자세한 이야기를 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지방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의원들의 경우 매달 본회의 참석이 어려울 수 있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사위 권한 축소나 법안심사소위에서 다수결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의 국회법 개정은 거대 여당의 폭주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민주당은 176석을 바탕으로 18개 상임위에서 모두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법안심사소위에서 다수결로 법안을 통과시킬 경우 국회가 갖고 있던 마지막 견제와 비판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후속 법안을 비롯해 보건복지부 복수차관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대북 전단 살포 금지를 규정한 남북교류협력법, 부동산·고용 관련 민생 법안도 7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