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펀드를 시작으로 사모펀드 부실 사태가 도미노처럼 일어남에 따라 금융회사들이 물어줘야 할 피해 보상금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사기 혐의나 운용 부실, 불완전판매 등이 드러난 사모펀드 규모만 5조원을 넘는다. 수많은 사모펀드의 보상을 둘러싼 투자자와 금융회사 간 분쟁은 점점 가열될 수밖에 없다. 펀드마다 부실 사유나 판매사 책임 소지 등이 다르고, 뚜렷한 사모펀드 보상 기준도 없기 때문이다.
피해 보상 절차는 이제 시작됐다. 금융감독원은 30일 투자자 전액 손실이 예상되는 라임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호) 관련 분쟁조정위원회를 열었다. 이 펀드는 라임자산운용과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를 맡았던 신한금융투자의 조직적인 사기 혐의가 드러나 100% 보상으로 결론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모든 화살은 펀드를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로 향하고 있다. 운용사 잘못이 크더라도 실질적으로 투자자들에게 보상해줄 수 있는 자금 여력이 있는 곳이 판매사밖에 없기 때문이다. 분쟁조정위가 열리기도 전에 판매사들이 밝힌 선보상 규모만 1조원 안팎에 이른다. 라임 헤리티지 등 주로 사기 혐의가 짙은 펀드가 그 대상으로 선보상 비율은 투자금(또는 손실금)의 30~50% 수준이다.
여타 부실 사모펀드 투자자들의 눈높이는 이 수준에 맞춰져 있다. 하지만 판매사들은 사기 혐의에 연루되지 않은 이상 선보상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옵티머스 펀드(5000억원), 젠투파트너스 펀드(7000억원), KB TA인슈어드 무역금융(1000억원), 디스커버리(2000억원) 등의 부실 사유나 판매사 책임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한 증권회사 임원은 “일부 펀드는 코로나19 여파로 부실화한 측면이 크고, 불완전판매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판매사가 잘못한 만큼 보상해야 하지만 모든 금전적 책임을 홀로 지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보상 기준이 있어야 한다”며 “분쟁조정위에서 합리적 결정을 해주면 수용하고, 아니면 행정소송도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보상 수준을 놓고 투자자와 판매사 간 분쟁은 갈수록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보상기금을 마련해 일부를 부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