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욕만 앞서고 노하우가 없어 ‘맨땅에 헤딩’만 했습니다. 고객들이 원하는 바를 제대로 분석하지 않고 무작정 제품을 팔다가 고난도 겪었죠. 그때 손을 내밀어 준 곳이 CJ오쇼핑이었습니다.”
에어컨 렌털 서비스를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 소형가전 업체 풍림전자의 임승혁 대표(사진)는 성공 비결을 대기업과의 협업이라고 강조했다. 임 대표는 자동차부품 업체 만도에서 일하다가 1997년 외환위기 후 회사를 나와 2002년 풍림전자를 차렸다. 캐리어 에어컨을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사업을 주로 했다.
순풍을 타는 듯했던 사업은 2012년 크게 흔들렸다. 자체 생활가전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큰돈을 투자했다가 실패했다. 서울 강남의 넓은 사무실을 처분하고 신림동의 월세 40만원짜리 사무실로 들어갔다. 2016년부터는 말레이시아 생활가전 기업 펜소닉과 총판 계약을 맺고 선풍기 등 생활가전을 들여와 판매하며 재기의 기회를 노렸다.
그러던 차에 CJ오쇼핑에서 계기를 만들어줬다. 2016년 CJ오쇼핑의 한 상품기획자(MD)가 “에어컨 렌털 서비스를 만들자”고 제안한 것. 에어컨을 렌털한다는 개념이 없던 때였다. 매일 쓰는 정수기면 몰라도 여름 한 철 쓰는 에어컨을 누가 빌리냐고 주위 사람들이 말렸다.
기획 단계부터 CJ오쇼핑 MD와 머리를 맞댔다. 당시 미세먼지가 화두였던 만큼 공기정화 기능이 있는 에어컨을 렌털 상품으로 골랐다. 그해 나온 국내 최초 에어컨 렌털 서비스 방송은 대박이 났다. 첫 방송의 주문 수량만 3000건이 넘었고 60억원 이상의 매출을 냈다. 회사 연 매출은 2015년 79억원에서 2016년 116억원, 2017년 218억원, 2018년 437억원으로 매년 100%씩 늘었다.
임 대표는 CJ오쇼핑과의 협업을 통해 오랜 꿈도 이뤘다. 2018년부터 자체 브랜드 ‘코칸’으로 소형가전 시장에 진출한 것. 지금까지 휴대용 청소기, 휴대용 히터기, 차량용 충전기, 모기 퇴치기 등 네 가지 제품을 내놨다. 최근 출시한 무선 핸디형 청소기는 CJ오쇼핑과 기획 단계부터 협업을 거쳐 탄생했다. 이달부터 CJ오쇼핑의 중소기업 상생 프로그램 ‘1사1명품’ 방송에서 판매에 들어간다.
그는 “풍부한 고객 데이터와 마케팅 노하우를 가진 홈쇼핑과의 협업이 아니었다면 신제품을 내놓을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큰 기업으로 성장해 우리가 배운 상생의 가치를 다른 기업과 나누겠다”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