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을 분석해 개개인에게 맞는 유산균(프로바이오틱스)을 추천해주고 암·뇌질환 등의 가능성을 알려주는 서비스가 국내에 나왔다. 혈압, 혈당처럼 장내 미생물을 평상시에 관리해 질병을 예방하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질병 관리에 새 패러다임”
천랩은 ‘마이크로바이옴 헬스케어 3단계 프로그램’을 출시한다고 30일 발표했다. 천종식 천랩 대표(사진)는 “마이크로바이옴 분석으로 암, 뇌질환 등 각종 질병을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만 6만여 건”이라며 “헬스케어 산업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인간의 몸에 사는 미생물의 유전정보를 말한다.
마이크로바이옴 헬스케어 프로그램은 대변에서 채취한 검체의 미생물 유전자를 분석하고 이에 맞는 유산균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다. 환자의 데이터와 일반인의 데이터를 학습시킨 인공지능(AI)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대장 안에 어떤 유익균과 유해균이 얼마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1만 건의 한국인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솔루션도 제공한다. 천 대표는 “25개 질병 위험도와 비중이 높은 미생물의 종류, 유해균 비율, 장 유형 등을 알려준다”며 “전체적인 장내 미생물 환경을 평가할 수 있는 지수(GMI)도 자체 개발했다”고 했다.
천랩에 따르면 한국인의 장 유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유익균이 많은 P형, 유해균이 많은 O형, 그 중간인 B형이다. 천랩은 지난해부터 각 유형의 특성에 맞는 프로바이오틱스를 개발했다. 천 대표는 “같은 제품을 섭취해도 사람마다 나타나는 장의 변화가 다르다”며 “장 유형에 맞게 3~5가지의 균이 들어가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용 앱도 개발했다. 매일 배변 상태를 기록하면 생활습관을 개선할 수 있도록 리포트를 보내준다.
빌 게이츠가 꼽은 3대 바이오 분야
헬스케어 분야에서 장내 미생물을 본격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2010년대 초다. 천랩 외에도 마크로젠, 테라젠바이오, 지니너스 등 여러 헬스케어 기업이 분석 서비스를 내놨다. 마크로젠은 마이크로바이옴 서비스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미국 자회사 소마젠은 세계 최초로 개인 유전자 검사(DTC)와 마이크로바이옴을 분석하는 채변 검사 키트를 묶은 상품을 129달러에 출시했다. 미국의 마이크로바이옴 1위 업체 유바이옴의 특허와 데이터를 인수하며 몸집도 키우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은 지속적으로 커질 전망이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향후 주목해야 할 3대 바이오 분야 중 하나로 마이크로바이옴을 꼽았다. 세계경제포럼은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을 10대 미래 기술로 선정하기도 했다. 세계 마이크로바이옴 시장 규모는 지난해 811억달러(약 94조원)에서 2023년 1087억달러(약 127조원)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한 신약 개발도 활발하다. 지놈앤컴퍼니와 고바이오랩은 마이크로바이옴으로 염증성 질환과 암을 치료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천랩은 내년을 목표로 임상시험을 추진 중이다.
천 대표는 “식단이 서구화하고 항생제가 남용되면서 한국인의 장내 미생물이 망가지고 있다”며 “장내 미생물 불균형과 염증을 방지하고 나아가 질병을 예방하는 트렌드가 자리 잡을 것”이라고 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