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폴리스에 관광 클러스터까지…'대구의 미래' 달성에 다 있다

입력 2020-06-30 17:38
수정 2020-07-01 00:39

대구시 달성군 비슬산은 산 정상의 바위 모양이 신선이 거문고를 타는 모습을 닮아 ‘비슬’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해발 1000m 비슬산(정상 천왕봉 1083m) 정상부인 금수암 전망대에 서면 굽이굽이 흐르는 낙동강과 함께 산 아래 자연휴양림이 보인다. 휴양림 너머 달성군 현풍·유가읍 일원에 조성된 725만㎡의 대구테크노폴리스는 달성군의 10년간 변화를 담은 첨단복합신도시이자 대구의 미래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소다.

2006년부터 추진돼 2018년 말 조성이 끝난 대구테크노폴리스에는 국내 1위 글로벌 로봇기업인 현대로보틱스를 비롯해 자동차, 기계, 메커트로닉스, 정보통신 등 미래 유망 분야 기업 98개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등 8개의 연구·교육기관이 자리잡고 있다.

비슬밸리로 불리는 이곳은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 간 협업과 혁신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대한민국판 실리콘밸리를 지향한다. 첨단산업(22%), 연구(19%), 주거(15%)와 상업 지원(7%), 공공(38%) 시설이 함께 들어서 있다. 농공단지와 달성1차 산업단지 외에는 별다른 산업 인프라와 문화 관광을 주도할 볼거리가 없어 주목받지 못했던 외곽 농촌지역 달성군이 대구가 미래 도시로 부상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대구 미래 인프라 집적된 ‘비슬밸리’

1995년 3월 달성군 전역이 대구광역시에 편입됐지만 대구 시민들조차 7개 구(區)와 달리 군(郡) 지역인 달성은 대구의 변두리처럼 인식했다. 물리적으로는 대구였지만 화학적으로는 아직 대구가 아니었다. 지난 10년간 소리소문없이 변화해온 달성군의 모습이 시민들에게 새롭게 부각된 것은 지난해 대구시 신청사 유치전에서였다.

중구에 있는 시청 건물을 새로 지어 옮기는 경쟁에 북, 달서, 중구와 달성군이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달성군은 최종 경쟁에서 탈락했지만 유치 과정에서 그동안의 변화를 유감없이 표출했다. 아쉽게도 대구의 ‘중심’으로는 인정받지 못했지만 대구의 ‘미래’라는 점만은 충분히 각인시켰다.

달성군은 대구 면적의 50%를 차지한다. 산업경제 분야에서는 그동안 대구테크노폴리스와 대구국가산업단지(1단계)에 179개 기업이 입주했거나 계약해 89개 기업이 가동 중이다. 또 지난해 6월 국가물산업클러스터가 완공되고 한국물기술인증원이 출범해 물산업의 전초기지를 마련했다. 영남권 중추산업단지로 부상한 것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축구장 46개 크기의 쿠팡 물류센터가 기공식을 했다. 내년 8월 준공될 예정이다. 방호현 달성군 기획예산실장은 “국가산단 등에 기업이 입주를 완료하면 대구 산업경제의 70%를 책임지는 곳이 된다”며 “달성은 이미 와 있는 대구의 미래”라고 강조했다.

달성군이 대구의 미래로 떠오른 것은 인구 증가와 구성에서도 나타난다. 2010년 18만 명이던 달성군 인구는 지난해 26만 명을 돌파했다. 전국 82개 군 가운데 독보적 1위다. 전국적인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달성군은 4년 전보다 32.8% 증가했다. 첨단기업이 입주한 성서5차 산업단지를 낀 다사읍은 인구 9만 명을 넘어 전국 읍 지역 1위다. 지난해 말 기준 군 전체 평균연령은 39.8세로 대구 평균연령 42.9세보다 현저히 낮다. 합계출산율은 전국 시·군·구에서 8위, 조출생률(인구 1000명당 연간 출생아 수)은 2위다.

유독 젊은 인구가 달성군으로 모이는 비결은 무엇일까. 2010년 이후 내리 3선을 기록한 김문오 달성군수의 교육과 환경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한 요인이다. 김 군수는 “테크노폴리스 국가산단 등 인프라 확충으로 일자리 창출이 일어났지만 중·고교 진학 때만 되면 학부모들이 수성구 등지로 떠났다”며 “교육 문제로 군민이 떠나는 달성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달성의 또 다른 미래 관광 클러스터

김 군수가 2010년 취임 이후 고집스럽게 추진해온 정책은 관광산업 정책이다. 대표적인 것이 비슬산 대견사 중창과 사문진 나루터 복원, 송해공원과 옥연지 둘레길이다. 김 군수가 취임한 2010년께 대구는 관광의 불모지였다. 지금은 중구의 근대골목 투어와 김광석 길 등 도심 관광이 알려졌지만 당시 대구는 관광 불모지였다.

김 군수는 취임 첫해 영남의 명산 비슬산 관광명소화 사업계획을 수립했다. 기자 시절 방송 특집으로 다루면서 품었던 고향 발전 비전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꿈이었다. 첫 번째 목표는 일제강점기 때 강제 폐사된 비슬산 대견사의 복원과 중창이었다. ‘북 봉정, 남 대견’이라고 할 만큼 전국 최고의 도량이었던 천년고찰 대견사의 복원, 중창 사업은 첫삽을 뜬 이후 1년 만인 2014년 3월 1일 준공했다. 비슬산 참꽃축제, 자연휴양림과 함께 비슬산은 산악인, 레저인 그리고 일반 관광객 모두에게 사랑받는 1호 관광지가 됐다.

2015년에는 노약자를 위해 대한민국 최초로 산악용 전기자동차도 개발했다. 지난해 12만5000명의 관광객이 이용해 11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달성군은 늘어나는 관광객을 수용하기 어려워지자 310억원을 투자해 비슬산 참꽃 케이블카(1.83㎞)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4대강 사업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사문진 나루터와 주막촌을 2013년 복원한 것도 스토리텔링 성공 사례다. 우리나라 최초 피아노 유입을 기념하는 100대 피아노 콘서트도 열어 사문진공원은 한 해 153만 명이 찾는 관광 킬러콘텐츠가 됐다. 4대강 홍보관으로 그로테스크한 건축미를 자랑하는 디아크와 강변광장에서 펼쳐지는 현대미술제는 강을 활용한 글로벌 관광으로 주목받고 있다.

김 군수는 “코로나19 이후 언택트 관광으로 각광받으면서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며 “21세기는 친환경 관광도시가 산업경제에서도 승리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