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페이 등 간편결제 업체에 금융당국이 사실상 신용카드업을 허용하면서 가맹점 수수료 제한은 두지 않기로 했다. 간편결제 충전금이 모자랄 때만 후불결제를 허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신용카드보다 가맹점에 주는 부담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 카드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사실상 같은 신용카드업을 하는데도 수수료 규제를 하지 않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핀테크사가 수수료 자율 결정
30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네이버페이 등 간편결제 업체에 신용카드와 같은 후불결제 기능을 허용하는 내용의 전자금융거래법 전면 개정안에 가맹점 수수료율 규제를 담지 않기로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같은 전자금융업자들의 수수료는 업체가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간편결제회사들은 이미 선불결제 서비스에 가맹점 수수료를 적용하고 있다. 소비자의 충전 금액이 모자랄 경우 간편결제사가 먼저 가맹점에 돈을 지급하고 나중에 소비자로부터 정산받는 후불결제 사업에서도 이 같은 수수료를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카드업계는 불만이다. 카드사는 엄격한 가맹점 수수료율 규제를 적용받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 규제는 2007년 도입됐다. 연매출 3억원 이하 영세사업자에게 적용되는 우대 수수료율은 2017년 4.5%에 달했다. 이후 12차례에 걸쳐 깎이면서 지난해 초 0.8%까지 내려갔다. 영세사업자는 전체의 75.1%에 달한다. 카드사 수익이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반면 핀테크(금융기술)사들은 지금도 선불결제에 대해 카드사보다 높은 수수료를 가맹점에 요구하고 있다. 네이버페이는 계좌이체 건당 1.65%의 수수료를 가져간다. 카카오페이가 가져가는 이체 수수료도 2.42%에 달한다.
“규제 형평성 맞춰야”
카드업계는 물론이고 당국 내부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핀테크사에 카드업을 허용하면서 가장 중요한 가맹점 수수료율 규제는 적용하지 않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맹점주로서는 카드사가 수수료율을 올리나 핀테크사들이 올리나 부담이 되는 건 마찬가지인데 카드사에만 수익을 양보하라는 건 불공평하다”며 “같은 사업이면 규제를 다같이 풀어주거나 둘 다 적용하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핀테크사와 금융당국은 핀테크 후불결제가 신용카드와 사정이 다르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간편결제 앱에 충전한 금액이 부족할 때 모자란 금액만 먼저 가맹점에 지급한다는 개념으로 카드사의 일반적인 후불결제와 동일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100만원짜리 냉장고를 사려고 할 때 충전금이 80만원만 있으면 모자라는 20만원을 신용결제하는 방식이어서 가맹점에 주는 부담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후불결제 허용으로 가맹점 수입이 늘면 어느 정도의 수수료는 부담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논리를 펴고 있다. 신용카드는 지배적인 결제수단이 됐기 때문에 가맹점에 선택의 여지가 없지만 핀테크 후불결제는 지나치게 높은 수수료가 부담이라면 가맹을 취소할 수 있지 않으냐는 주장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향후 입법 과정에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