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9일 증권가는 패닉에 빠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코스피지수가 2009년 이후 11년 만에 1400대까지 떨어졌다. 이날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주식운용3본부 매니저들은 회의를 했다. 증시를 낙관한 연초 가정들은 코로나19가 휩쓸고 갔다. 포트폴리오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데 모두 동의했다. 하지만 어떤 업종과 종목에 투자할지에 관한 의견은 엇갈렸다. 낙폭과대주를 매수해야 한다는 ‘공포’파와 낙폭은 덜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사회 변화의 수혜주로 떠오를 신성장주를 매수해야 한다는 ‘변화’파가 맞섰다.
이하윤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주식운용3본부장(사진)은 ‘변화’의 손을 들어줬다. 그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1~0.2까지 떨어진 우량주도 많았지만 사상 최대 규모의 유동성이 시장에 풀리면서 코로나19 이후 변화를 이끌 종목에 투자한다면 높은 수익률을 올릴 자신이 있었다”고 했다. 이 본부장은 운용하는 ‘마이다스미소중소형주’ 펀드는 소비재와 휴대폰 부품주 비중을 줄이고 인터넷과 헬스케어 업종을 집중적으로 담기 시작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마이다스미소중소형주 펀드는 지난 29일 기준으로 최근 3개월간 53.12%의 수익을 올렸다. 국내 65개 중소형주 펀드 가운데 2위다. 6개월, 1년, 3년 수익률은 1위다. 올 들어 국내 액티브 주식형 펀드를 통틀어 3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이 본부장은 중소형주 투자는 성장 트렌드를 빠르게 좇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네이버와 카카오, 엔씨소프트를 비롯한 인터넷 업종은 올해부터 수익성 개선이 예상되던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실적 전망이 더 좋아졌다”며 “코로나19로 주도 업종이 바뀌는 시점에 선제적으로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헬스케어도 수익률에 기여했다. 바이오는 여러 종목에 투자하는 ‘바스켓’식 투자 방법을 썼다. 그는 “펀드매니저들은 수준 높은 리서치 인력의 도움을 받지만 바이오 부문에서는 완벽한 지식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런 영역은 시장에서 주목하는 분야의 신약을 개발하는 기업들의 임상 일정을 고려해 가능성 높은 종목을 비슷한 비중으로 묶어서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엘앤씨바이오 오스코텍 메지온 삼천당제약 셀트리온헬스케어 등을 샀다.
그는 하반기에는 성장주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친환경 및 4차 산업혁명 관련 종목이 부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본부장은 “코로나19로 기업들은 환경오염과 노동집약적 생산공정이 큰 리스크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하반기에는 전기차, 태양광, 수소차 등 친환경 테마와 시스템통합(SI), 로봇 등 자동화 관련 종목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중소형주 펀드가 공모펀드 시장을 떠난 투자자들을 되찾아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장 전체와 관계없이 매년 주가가 두세 배 오르는 중소형주는 등장한다”며 “탐방과 분석을 통해 남들이 모르는 성장성이 돋보이는 종목을 찾아내 시장을 압도하는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 중소형주 펀드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2007년 은행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년 뒤 KAIST 금융공학대학원에 진학했다. 펀드매니저가 목표였다. 당시 가입했던 펀드가 100% 넘는 수익을 올렸다. 이를 대학원 등록금으로 썼다. 펀드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갖고 10년 넘게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