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중은행의 수신금리(예·적금 이자)가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은퇴자와 고령층 등 이자를 받아 생활하는 '이자소득 생활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5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는 지난달 연 1.07%(신규취급액 기준)를 기록했다. 역대 최저치로 전월 대비 0.13%포인트, 전년 대비 0.79%포인트 하락했다.
은퇴를 앞둔 5060세대는 퇴직연금과 개인연금만 믿고 특별한 노후 대책을 세우지 않은 경우가 많다. 특히 국민연금 수령 시기가 단계적으로 늦춰지면서 은퇴 후 국민연금을 받을 때까지 소득이 없는 기간, 즉 '소득 크레바스'가 문제다.
이 때문에 은행 이자로 생활하는 이자소득 생활자에 대한 은퇴층의 관심은 높다. 하나금융 100년 행복연구센터가 지난달 출간한 '대한민국 퇴직자들이 사는 법'을 보면 수도권과 5대 광역시에 사는 50~64세 은퇴층의 월평균 생활비는 252만원이었다.
◆ 이자 생활하려면 35억5000만원 있어야
국내 은행의 5월 저축성 수신금리 연 1.07%를 1년간 맡겨 매달 252만원을 이자로 받기 위해서는 35억5000만원이 필요하다. 35억5000만원에 대한 연간 세전이자는 3584만5000원. 여기에 15.4%의 세금을 빼면 1년 이자로 3032만4870원을 받을 수 있다. 12개월로 나누면 매달 252만7072원이 나오는 것이다.
수신금리가 빠르게 떨어지면서 월 252만원의 이자를 받기 위해 필요한 예금 규모는 1년새 크게 늘었다. 지난해 5월 수신금리는 연 1.86%로 19억2000만원 있으면 같은 이자를 받을 수 있었다. 1년 새 16억3000만원이 더 필요해졌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필요한 예금 규모는 2배 넘게 는다. 수신금리가 연 3.06%를 보였던 2010년 5월에는 11억9000만원만 있으면 매달 252만원의 이자가 나왔다. 10년 사이에 필요한 돈은 23억6000만원이나 많아졌다.
업계에서는 수신금리가 역대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은행 이자만으로 월 250만원을 받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졌다고 말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30억원 넘는 현금을 예금으로 묶어두고 그 이자를 받아 생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자산가들이 펀드나 채권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라고 했다.
은행권 정기예금 가운데 금리가 0%대인 상품의 비중은 30%를 넘었다. 역대 최대 수준으로 많은 비중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를 올 들어서만 0.75%포인트 인하한 영향으로 0%대 금리의 정기예금 비중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연 2% 이하 금리를 주는 예금 상품 비중은 지난달 99.6%를 보였다. 이자를 2%대로 주는 예금 상품이 전체의 0.4%에 불가하다는 의미다.
조용준 하나금융 100년 행복연구센터장은 "0%대 초저금리 시대에 돌입한 만큼 예·적금으로 노후를 대비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재테크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개인연금에 가입해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