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서울지역 자율형사립고·국제고 등의 고교 입시에서 석차백분율 활용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조 교육감은 30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열고 "의무교육 단계에서의 서열화를 없애기 위해 석차백분율 제도를 과감히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자사고·국제중이 학교 체제 차원의 서열화 문제라면 석차백분율 제도는 교육과정 차원의 서열화 문제"라고 지적했다. 고입에서 석차백분율을 활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고교는 입시 일정에 따라 통상 8∼11월 학생을 뽑는 전기고(과학고·특성화고 등)와 12월에 뽑는 후기고(자사고·외고·국제고·일반고 등)로 나뉜다. 이 중 후기고는 일반고·자율형공립고 지원자 중 중학교 석차백분율이 일정 수준 이내인 학생을 대상으로 학교를 배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으로는 98.73%의 학생이 이 수준에 해당돼 사실상 사문화된 규정이라는 게 서울교육청의 설명이다.
조 교육감은 "서울 지역 내 중학교는 2012년 '성취평가제'를 도입해 평가방식을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이미 전환했다"며 "고입에 따른 석차백분율은 효용성이 크지 않아 성취평가제 취지를 퇴색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이미 꾸렸고, 이를 통해 석차백분율 제도를 과감히 개선하겠다"며 "초등과 중학교까지는 성적 경쟁에 매몰되지 않는 전인교육이 가능한 제도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원격수업으로 학생들의 학력 격차가 벌어진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난이도를 낮춰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최근 대학들이 고3 학생들을 위해 비교과 전형을 축소하는 대입 전형을 잇달아 내놨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얘기다.
조 교육감은 "비교과를 축소하면 (대입이) 사실상 교과 중심이 되고 사교육 영향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대학이 교과 성적이 아닌 아이들이 가진 잠재성을 적극적으로 평가하는 전형을 개발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