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왕실에 다이아몬드 납품했던 페트라에 무슨 일이

입력 2020-06-30 13:50
수정 2020-06-30 13:57


1905년 1월26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컬리난 광산. 다이아몬드 채굴 작업이 한창이던 이곳에서 3105캐럿짜리 다이아몬드 원석이 발견됐다. 세계에서 가장 큰 다이아몬드 원석이었다. 이 원석은 여러 개의 보석으로 쪼개져 영국 왕실의 왕홀과 왕관을 장식하는 데 쓰였다.

이후에도 컬리난 광산에선 희귀 다이아몬드 원석이 잇따라 발견됐다. 2013년과 2014년에는 연달아 20캐럿이 넘는 희귀 블루 다이아몬드가 나왔다. 2016년에는 121.26캐럿 크기의 화이트 다이아몬드가 채굴됐다. 질소 결함이 없고 색상과 투명도 또한 최상급이었다.

희귀 다이아몬드가 쏟아져 나온 이 컬리난 광산은 영국 다이아몬드 채굴업체 페트라 다이아몬드 소유다. 페트라는 컬리난 광산 덕분에 세계적인 다이아몬드 채굴업채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이렇게 잘 나가던 페트라가 최근 회사 매각을 검토중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무슨 일일까.

FT에 따르면 페트라는 회사 전체 혹은 보유 광산 등 일부에 대한 매각을 검토중이다. 과도한 부채에 시달린 탓이다. 이미 지난달 6억5000만달러 규모의 채권에 대한 이자를 갚지 못했다.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하지 않는 대신 채권단과 협의해 구조조정에 돌입한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된 1차적인 원인으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지목된다. 800억달러 규모에 이르는 글로벌 다이아몬드 산업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빠르게 위축됐다. 남아공에 있는 광산을 포함해 공급망이 붕괴되고 인도의 가공업, 영국 런던의 소매업이 일제히 폐쇄됐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이미 경영난에 시달리면서 체력이 약해진 것도 위기에 빠진 이유로 꼽힌다. 탄자니아에 있는 윌리엄슨 광산의 수익률이 곤두박질쳤다. 남아공 쿨리난에 잇는 가공공장과 핀슈 광산 등에 대한 투자도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벤 데이비스 리베럼 애널리스트는 "컬리난 광산과 핀슈 광산은 여전히 좋은 광산으로 여겨진다"면서 "다만 윌리엄슨 광산은 외부 투자자들에겐 거의 가치가 없는 곳"이라고 말했다. 리차드 해치 베렌버그 애널리스트는 "페트라가 매각을 검토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지만 당장 뚜렷한 구매자가 떠오르진 않는다"며 "대폭 할인된 가격에 매물을 내놓지 않으면 실제로 매매될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