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신설법인, 코로나19 위기에도 나홀로 증가

입력 2020-06-30 09:22
수정 2020-06-30 09:24
올해 5월 말까지 2761개체 신설, 역대 최고치 기록한 지난해보다도 무려 22.1% 증가
전년동기 대비 증가한 499개체 중 80%가 부동산 임대업, 규제 회피용 법인신설 급증



부산지역 신설법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위기와 불안 속에서도 나홀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규제 회피 등의 목적으로 부동산임대업을 중심으로 한 소규모 창업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부산상공회의소는 분석했다.

부산상공회의소(회장 허용도)는 29일 ‘5월중 부산지역 신설법인 현황 분석’을 통해 지역 신설법인이 지난해 9월 이후 전년동월 대비 9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발표했다.

5월말 현재까지 부산에서 신설된 법인의 수는 총 2761개체이며, 5월에만 527개체가 신설됐다. 이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무려 22.1%나 증가한 수치다. 신고가능 일수 기준으로 보더라도올해 5월까지 기록한 일평균 신설법인수는 지난해 22개체보다 5개체 이상이 늘어난 27개체를 기록했다.

업종별로도 제조, 건설, 유통, 부동산 등 대다수 업종에서 신설법인이 증가했다. 제조업은 5월말 현재까지 총 302개체가 신설돼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3.6%나 증가했다. 건설업은 315개체로 15%, 유통업은 586개체로 2.4%, 부동산 및 장비 임대업이 800개체로 무려 96.1%나 늘어났다.

이런 신설법인의 증가추세는 소규모 창업이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5월말까지 신설된 법인의 78.2%가 자본금 5000만원 이하의 소자본 법인이며, 이중 29%는 자본금이 1000만원 미만의 영세법인이다.

최근의 신설법인 증가세가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 지난해 동기대비 올해 5월말 까지 증가한 신설법인 499개체중 약 80%에 달하는 392개체가 부동산 임대업이다. 이는 최근 강화되고 있는 부동산 규제 회피를 위한 법인신설도 상당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5월 한 달만 보더라도 160개체가 신설돼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종류의 법인들은 심지어 한 사람이 여러 개의 법인을 설립하기도 하고, 자본규모 역시 100만원도 되지 않는 경우도 여럿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 임대 목적의 법인 난립현상은 최근 부동산 매매거래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한국감정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부산에서 법인이 매입한 아파트는 총 1003호로 지난 해 198호와 비교해 무려 5배 이상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경제의 버팀목이라 할 수 있는 제조업의 창업도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5월까지 총 302개체의 법인이 신설되면서 전년 226개체에 비해 33.6%나 증가했다. 5월 기준으로도 64개체의 새로운 제조업 법인이 설립돼 전년 동월보다 39.1%의 증가율을 보였다.

심재운 부산상의 조사연구본부장은 “부동산임대업의 일시적인 증가로 법인신설이 늘어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분명 정상적으로 보기 어렵지만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과 지역의 부가가치를 높여주는 제조법인의 신설이 꾸준히 증가하는 것은 코로나 사태로 경기의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