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숙 "'강성 친문' 의식해 페이스북 글 지웠다? 사실 아냐" [전문]

입력 2020-06-29 22:56
수정 2020-06-29 23:20

참여정부 당시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사진)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강성 친문' 지지자들에게 지탄을 받은 것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29일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이지만 이번 비판은 잘했다는 칭찬만 줄줄이 나와서 지지자가 저에게 욕을 했는지도 잘 모르겠다"라며 응수하고 나섰다.

조기숙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 페이스북 글을 삭제하지 않았다"라면서 "제 글을 혼자 보기로 돌려놓은 이유는 제가 문재인 대통령께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충분히 전해졌으니 정부의 대응을 지켜볼 때라는 생각이 들었고, 부동산 정책의 문제를 정치적으로 키워가려는 언론에 판 깔아주지 않으려는 의도였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왜 공개적으로 비판해서 문재인 대통령을 어렵게 하느냐는 분들이 있는데 일리 있습니다만 그 이론 제가 처음으로 여러분들에게 전파한 사람"이라며 "정책엔 여도 야도 없고 이념도 없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조기숙 교수는 지난 28일 "문재인 대통령의 부동산 인식이 정확한지 점검이 필요하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한 바 있다. 이후 조기숙 교수의 페이스북에서 해당 글이 사라지자 일부 언론들은 조기숙 교수가 '강성 친문' 지지자에게 공격을 받아 삭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조기숙 교수의 입장문이 나오기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기숙 교수가 돌아섰으면 상황이 심각한 것"이라며 "파블로프의 개가 종소리에 침을 흘리듯 문빠들도 비판이라는 자극에 저렇게 반응한다"면서 동조하기도 했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다음은 조기숙 교수 입장 전문

1. <정치의 성공이 정책의 성공을 보장할까?>
수많은 지인들로부터 문자를 받았습니다. 괜찮냐고 잘 이겨내라고…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보내준 링크에 조선일보에 이어 한국일보가 문프 강성 지지층으로부터의 비난을 의식해 제가 부동산 관련 페북 글을 지웠다고 하네요. 하이고 기자들이 취재는 안 하고 관심법으로 기사 씁니까. 주역도 좀 배우지 그러세요?ㅎ

문재인 대통령 사진을 달고 지지자를 자처하며 갑질에 막말하는 분들 가끔 봅니다. 그들이 진정한 지지자인지는 모르겠지만 막말하면 저는 차단하면 되고… 비합리적 비난은 신경도 쓰지 않습니다. 게다가 제 페북에 들어와서 막말한 사람 어제 두 명밖에 없었습니다. 제 페친 대부분이 문 대통령의 진정한 지지자들이지만 저에게 어떤 싫은 소리도 없었습니다. 절친 중에 강성 지지자 많지만 오히려 지금 문 정부에 꼭 필요한 쓴소리 해줘서 고맙다는 문자를 많이 받았습니다. 다음의 추천순 댓글을 읽다읽다 저에 대한 비난이 없어서 포기했습니다. 문프 지지자이지만 이번 비판은 잘했다는 칭찬만 줄줄이 나와서 지지자가 저에게 욕을 했는지도 잘모르겠습니다.

2. <민주주의에선 누구도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또 비판 좀 하면 어떻습니까? 사람들의 생각은 다 다를 수 있고 제 글의 내용을 비판할 수도, 형식을 비판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저는 비판을 하면서 남으로부터는 비판을 받지 않겠다는 건 매우 오만한 생각이지요. 제 페북글 삭제하지 않았습니다. 제 글을 혼자 보기로 돌려놓은 이유는 제가 대통령께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충분히 전해졌으니 정부의 대응을 지켜볼 때라는 생각이 들었고, 부동산 정책의 문제를 정치적으로 키워가려는 언론에 판 깔아주지 않으려는 의도였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학회 창립회의가 이번 주 목요일이라 논문 마무리하느라 바빴고, 회의 준비로 하루종일 직원들과 업무협의하는데 페북을 열어두면 일일이 댓글 읽고 응답할 시간이 없어서그랬습니다. 외교부 후원 행사라 부담을 느꼈다는 관심법도 있던데 문제인 정부에서 정부 이미지가 올라가는 이유는 바로 심화된 민주주의 때문입니다. 민주정부에서 웬 말도 안되는 추측성 기사인지요.

3. <정치는 패싸움을 해도, 정책은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트위터에는 저를 욕하는 분들이 좀 계시더군요. 그곳은 누구나 욕먹는 곳입니다.ㅋ 특히 왜 공개적으로 비판해서 대통령을 어렵게 하느냐는 분들이 있는데 일리 있습니다만 그 이론 제가 처음으로 여러분들에게 전파한 사람입니다. 아무도 그 문제에 주목하지 않던 2007년부터 제가 책 쓰고 강의하고 SNS에서 퍼뜨린 장본인입니다. 저는 정치적 문제, 가령 인사나 검찰개혁 등 여야가 팽팽이 편이 갈리는 문제에서 한 번도 다른 소리를 낸 적이 없습니다. 제가 민주당 편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친노라는 이유로 그리 인식하니 다른 의견이 있어도 드러낸 적이 없지요.

하지만 정책엔 여도 야도 없고 이념도 없어야 합니다. 오로지 국민의 편의와 이익에 봉사하는 정책을 만들기위해 민주적으로 토론하고 각종 예기치 못한 부작용에 대비해 최선의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교육과 부동산 정책만성공하면 된다며 지난 10여년간 저는 팀을 만들어 공부하고 책 내고 준비해왔습니다. 하지만 제가 캠프나 담쟁이포럼보다는 밖에서 언론과 야당을 상대로 부당하게 공격받던 문재인 후보를 위해 싸우다 보니 정책 준비에 참여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4. <정치적 성공이 정책의 성공을 보장할까?>
대통령은 정치인이기도 하고 국정의 최고 수반이기도 합니다. 정치적으로 성공한 대통령은 반드시 정책적으로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을까요? 저는 좀 부정적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정책적으로 성공한 이유는 역설적으로 정치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정치적으로 성공하면 대통령 임기동안 인기를 누리며 높은 지지를 받지요. 하지만 그럴수록 정책적으로 실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책적 평가는 주로 임기 후에 내려지니까요. 지지도가 높으면 정책적 실수에 대해 관대하게 되고 참모들도 헤이해져서 다 잘하고 있는 걸로 착각할 수 있거든요.

문재인 정부는 위기대응과 남북관계에 있어서 저는 성공적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애정이 있기에 교육은 포기했어도 부동산 만큼은 중간이라도 가면 좋겠습니다. 국민의 삶과 재산에 너무 밀접한 정책이니까요. 조금만 사고의 발상을 달리하면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국민이 실험대상도 아니고 아무리 대책을 내놔도 먹히지 않으면 다양한 의견을 청취해서 정책에 변화를 가져오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요? 높은 지지도가 저는 이런 당연한 정책결정과정의 생략을 초래했다고 생각합니다. 박근혜가 정치적으로 성공했기에 정책적으로 실패했듯이 저는 문대통령의 정치적 성공이 꼭 달갑지만은 않습니다. 지지도가 좀 떨어지더라도 정책적으로 성공해 역사적으로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받으면 좋겠습니다.

5. <이간질을 단호히 거부하고 페친과의 신뢰를 이어갑니다>
물론 이런 생각을 남에게 강요할 생각은 없습니다. 열렬히 지지할 분은 그렇게 하세요. 그것도 힘이 됩니다. 야당이 제 역할을 못하니 저라도 지지자 중 야당이 되어 정책적으로 쓴 소리 하는 사람이 필요하고, 또 그걸 비판하는 사람도 필요한 게 민주주의입니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의견이 충돌하고 공존하면서 합리적 다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니까요.

저는 여전히 깨어있는 문파 시민을 신뢰하고 혹 그들이 비판하더라도 소통하며 생각의 차이를 좁혀 가려는 노력을 계속할 겁니다. 거리가 좋혀지지 않으면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 됩니다. 당분간 바빠서 일일이 답변 못드려도 언론의 관심법에 휘둘리지 마시고 우리가 오랜 시간 지켜온 신뢰를 지켜나가면 좋겠습니다. 다른 언론들이 위 기사를 받아 이간질에 동참할까봐 바쁜 와중에 급히 썼습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