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수리전문 기업인 오리엔트조선이 한 이탈리아 업체에 ‘플로팅 독’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계약 위반 논란에 휩싸여 국제중재 제소를 당했으나 지난 4월 승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국제중재업계에 따르면 스웨덴 스톡홀름상사중재원(SCC)은 이탈리아 기업 A사가 지난해 5월 오리엔트조선을 상대로 제기한 5000만달러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국제중재 사건에서 4월 원고의 청구를 전부 기각했다.
오리엔트조선은 2018년 12월 전남 광양조선소에 있는 플로팅 독을 3590만달러에 매매하는 계약을 A사와 맺었다. 하지만 A사는 “회생법원으로부터 계약허가를 받아오기 전까지 중도금을 낼 수 없다”며 중도금 지급을 미뤘다. 오리엔트조선은 2000년대 후반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경영난에 빠져 당시 기업회생 절차가 진행 중이었다. 매각대금으로 회생채무를 변제하기 위해 빠른 매매를 원했던 오리엔트조선은 지급이 지연되자 A사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제3국가의 B회사와 해당 플로팅 독을 매매하는 계약을 맺었다.
A사는 이에 반발해 지난해 4월 SCC에 총 5000만달러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A사는 오리엔트조선이 B사로부터 더 많은 돈을 받고 플로팅 독을 판 것을 거론하며, 오리엔트조선이 부당하게 계약을 해지했다고 주장했다. 오리엔트조선은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플로팅 독을 설치하려면 항만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A사가 이를 완료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A사가 자신의 문제로 계약 지연이 필요했는데도 회생법원 허가 핑계를 대며 제때 잔금을 치르지 않고 책임을 오리엔트조선에 전가했다는 것이다.
SCC 중재판정부는 지난 4월 A사의 청구를 전부 기각하고 오리엔트조선의 손을 들어줬다. 오리엔트조선을 대리해 승소를 이끌어낸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이철원 변호사는 “한국 측이 그동안 문서관리를 잘 못해 국제중재에서 지는 사례가 많았는데, 이번엔 디스커버리(당사자 양측이 보유한 증거와 서류를 서로 공개해 쟁점을 명확히 하는 제도)를 잘 활용해 승소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