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이 일본 전범 기업의 국내 자산 매각을 위한 법원의 압류 결정문을 ‘공시송달’하기로 결정하면서 해당 기업의 자산 매각이 현실화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시송달이란 소송 당사자인 상대방의 주소를 알 수 없거나 상대방이 계속해서 재판에 불응하는 경우 법원 게시판 등에 서류를 게재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내용이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일본 외무성은 그동안 결정문을 전달받고도 별다른 해명 없이 이를 해당 기업에 보내지 않아 법원이 공시송달을 결정했다. 오는 8월부터 송달의 효력이 발생하는데 법조계에선 “실제 강제 집행에 나설 경우 한·일 관계는 또 한 차례 고비를 맞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공시송달 기한을 8월 4일 0시로 정해놓았다. 공시송달의 효력이 발생하면 압류명령 결정의 효력도 발생하게 된다. 즉 8월 4일부터 법원이 “신일철주금(현 일본제철)과 포스코의 합작회사인 피엔알(PNR) 주식을 강제로 매각해 현금화하라”고 명령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서면 심문 절차 등을 거치면 보통 2, 3개월 뒤 자산 매각이 현실화된다. 압류명령 결정이 내려진 PNR의 주식은 19만4700여 주로 법원은 현재 PNR 주식 매각 가격 산정을 위한 감정절차를 진행 중이다.
자산 압류 및 매각 절차가 본격화되면 일본 측의 강력 반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판결 자체는 상징적인 의미, 선언적인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상대 국가 국민의 재산에 대해 실제로 집행에 나서는 건 또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으로선 정부의 자국민 보호의무에 대한 직접적인 타격이므로 그 책임에 대한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일본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우리가 생각하는 선의 조치와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현금화를 실행한다면) 한국과의 무역을 재검토하거나 금융 제재에 착수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 씨 등은 2018년 10월 대법원 판결을 바탕으로 신일철주금의 한국 내 자산 압류를 신청했다. 당시 대법원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하며 “신일철주금은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단했다.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지난해 1월 PNR 주식 압류신청을 승인했다. 전범기업 재산과 관련된 사건은 포항지원 외 대전, 울산 등 다른 법원에도 걸려 있어서 포항지원의 결정이 다른 전범기업들의 자산 매각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