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대북전단 살포 단체 취소절차 돌입…'위헌' 논란

입력 2020-06-29 17:12
수정 2020-06-30 02:19
통일부가 대북전단을 살포한 탈북단체들에 대한 청문회를 열고 이들 단체의 비영리 법인 설립 허가 취소 절차에 본격 들어갔다.

29일 통일부에 따르면 이날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탈북단체 ‘큰샘’과 ‘자유북한운동연합’에 대한 비영리법인 설립 허가 취소 절차를 위한 청문이 진행됐다. 통일부는 지난 15일 이들 단체가 올해 들어 총 여덟 차례 이상 쌀과 USB 저장장치, 성경 등을 넣은 페트(PET)병을 바다에 띄워 북한에 보냈다는 내용의 처분사전통지서를 보냈다. 통일부는 이들이 각각 ‘탈북청소년에 대한 교육을 통해 평화통일에 이바지한다’ ‘정부의 통일정책 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북한을 알린다’는 법인 설립 목적 이외의 사업을 수행하고, 전단이나 물품 살포 행위로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안전 악화를 초래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날 청문회에 박정오 큰샘 대표는 참석했지만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불참했다. 박정오 대표는 청문회에서 자신은 북한에 쌀과 마스크를 보냈고, 이는 정부의 통일 정책 노력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며 설립 목적에도 부합한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문을 마치고 나온 박 대표는 “북한 동포에게 쌀과 마스크를 보낸 게 우리의 (설립) 목적 외의 일이 아니라고 소명했다”고 밝혔다.

박 대표의 법률대리인인 이헌 변호사는 “통일부에서 큰샘이 페트병에 쌀과 USB, 성경책을 보냈다고 하는데, 큰샘에선 쌀과 마스크는 보냈어도 성경책이나 USB를 보낸 것은 없다고 분명히 소명했다”며 “큰샘 활동은 북한 주민들의 굶주림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고, 그들이 대한민국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게 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의 이번 조치는 위헌적이고 위법적”이라며 “만일 허가가 취소된다면 효력 정지 처분과 행정소송을 내겠다”고도 했다.

청문회가 끝난 뒤 통일부는 “박정오 대표가 청문 절차에 참석해 제출한 의견을 충분히 검토해 처분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상학 대표에 대해서는 “정당한 사유 없이 청문에 불참했으며, 별도의 의견 제출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행정절차법에 따라 청문 절차를 종결하고, 추가 서류가 있는지 확인해 취소 처분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이들 단체에 대한 설립 허가 취소는 이번 청문 결과를 이해관계자들이 열람한 뒤 행정처분 절차를 밟는 순서로 이뤄진다. 통일부가 비영리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하면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이 이들 단체의 지정기부금단체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 이 경우 이들 단체에 기부금을 낸 개인·법인은 소득세 및 법인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