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잘한 규제를 풀어 리쇼어링을 유도한다고 해서 동남아시아로 나갔던 기업들이 돌아오겠습니까. 한국의 인건비가 현지보다 열 배 가까이 비싸기 때문에 노동집약적 산업은 돌아오지 않고, 일자리 창출 효과도 별로 없을 겁니다.”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사진)은 지난 21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정부가 추진하는 리쇼어링(본국으로 생산라인 회귀) 정책이 효과를 거두려면, 노동집약 산업은 해외에 두면서 중국·일본에 있는 고부가가치 기업의 한국 이전에 집중하는 니어쇼어링(인접국으로 생산 라인 분산) 정책을 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원장은 2001년 KIEP에 입사한 뒤 19년간 한·미 자유무역협상(FTA) 체결 등 굵직한 중장기 통상전략 수립을 후방 지원했다. 그간 쌓아온 대내외 네트워크도 탁월하다.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그가 원장으로 선임된 건 이 같은 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김 원장은 동남아 등 인접 국가에 생산라인을 분산하는 현 전략을 수정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도네시아 양말 공장을 방문했을 때의 일화를 소개했다. 수많은 근로자가 기계 앞에 모여 앉아 양말을 짜고 있었다. 생산한 양말 중 일부는 한국의 유명 백화점에도 납품될 정도로 품질이 뛰어났다. 그런데도 근로자 한 명이 받는 월급은 한 달 30만원 안팎에 불과했다. 김 원장은 “한국에서 같은 양말을 생산하려면 최저임금만 주더라도 1인당 인건비가 200만원 넘게 들어간다”며 “수도권 규제나 노동 규제 등을 푼다고 해서 메울 수 있는 차이가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런 산업을 국내에 유치하는 대신 동북아 경제권 내의 고부가가치 산업을 한국에 유치하는 노력에 집중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김 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가치사슬이 미주 유럽 동북아 등 역내 경제권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며 “인건비는 결코 싸지 않지만 우수한 인력이 많다는 장점을 살려 정보기술(IT) 등 자본집약적인 기업들을 한국으로 데려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한국으로 이전 수요가 있는 고부가가치 기업의 수요를 조사하고 △이 기업들이 한국으로 이전할 수 있도록 ‘핀셋 지원’하며 △장기적으로는 노동집약적 산업도 국내에서 운영할 수 있도록 산업의 스마트화를 지원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김 원장은 연구원 운영과 관련해 “연구원이 이때까지 해외 문제만 다뤄 왔지만 앞으로는 한국 이슈도 깊이 있게 분석하고 들여다볼 생각”이라며 “KIEP의 풍부한 해외 네트워크 및 데이터를 활용해 국내 문제의 해법을 제시하는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