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인우월주의 구호가 들어있는 짧은 동영상을 리트윗했다가 약 3시간 만에 지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요일인 28일(현지시간) 오전 8시께 자신의 지지자들이 나오는 영상을 리트윗하고 "빌리지스의 위대한 주민들에게 감사한다"고 적었다. 이어 민주당과 대선 경쟁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비난하고는 "곧 만납시다!"라며 방문을 예고하는 듯한 문구를 덧붙였다.
해당 영상엔 플로리다주 빌리지스에서 골프 카트를 타고 퍼레이드를 벌이던 트럼프 지지자들과 반대자들이 대치하는 장면이 들어 있다. 여기서 카트 속 한 백인 남성이 "화이트 파워(백인의 힘)!"라고 두 차례 외친다. 백인우월주의 단체의 시위에 자주 등장하는 구호다.
트럼프 대통령이 리트윗을 통해 백인우월주의의 편을 든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빌리지스는 플로리다주의 대표적 은퇴촌이다. 백인 공화당 지지자가 많아 공화당 인사들의 단골 행사장소다.
곧바로 비판이 제기됐다. 공화당의 유일한 흑인 상원의원인 팀 스콧은 이날 오전 CNN방송에 출연해 "의문의 여지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리트윗하지 말았어야 했다. 영상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에서 오전 11시께 리트윗한 영상이 사라졌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의 구호'를 듣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영상을 실제로 보고 리트윗을 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리트윗을 하며 '위대한 주민들'이라고 언급한 부분이 3년 전 백인우월주의자들에게 했던 말을 상기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8월 백인우월주의자들이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반대 시위대와 충돌해 유혈사태를 일으켰을 때 "양쪽에 매우 좋은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가 백인우월주의를 편들어준다는 비판을 받았다.
바이든 전 부통령도 이 부분을 공략했다. 그는 트위터에 "오늘 대통령은 사람들이 '화이트 파워'라고 외치는 영상을 공유하고 그들을 '위대하다'고 했다. 샬러츠빌 때 했던 것과 같이 말이다"고 비판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