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제작사 위메이드가 싱가포르에서 날아든 승소 소식에 급등했다. 위메이드는 자신들이 보유한 ‘미르의 전설2’ 지식재산권(IP)를 두고 중국 게임업체들과 20년 가까이 소송을 진행해왔다. 미르의 전설2 IP를 도용한 게임들이 중국에서 오랜 기간 흥행하고 있는 만큼 중국에서 정식으로 IP를 인정받고 라이센스 사업을 진행하게 된다면 급격한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는 평가다.
26일 위메이드는 27.01% 급등한 4만3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위메이드 주가가 4만원대를 넘은 것은 작년 5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달 이후 위메이드 주가는 83.93% 올랐다. 이 기간에 기관투자가는 위메이드 주식 9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날 위메이드 급등을 불러온 것은 싱가포르에서 날아든 승소 소식이다. 위메이드에 따르면 지난 25일 싱가포르에 위치한 국제상공회의소(ICC)는 2001년 위메이드가 중국 셩취게임즈와 체결한 라이센스 계약이 2017년에 종료됐고, 셩취 측은 이후 미르의 전설2에 대한 권리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문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소송은 위메이드가 진행중인 소송 가운데 가장 큰 소송”이라며 “6개월 뒤 공표될 손해배상액은 위메이드의 기존 추정치(5000억원 이상)에 가까울 것”이라고 말했다.
위메이드는 2003년 이후 게임 소식만큼이나 소송 소식으로 자주 화제가 될 만큼 중국 게임업계와 긴 법정 싸움을 이어왔다. 이는 위메이드가 보유한 ‘미르의 전설2’ IP 때문이다. 위메이드는 2000년 액토즈소프트에서 분사되는 과정에서 미르의 전설2 공동 소유권을 인정받았고, 이듬해인 2001년 중국 게임업체 셩취게임즈와 미르의 전설2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
미르의 전설2는 동양적인 세계관을 바탕으로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유사한 게임들이 대거 출시해 중국 내에서 ‘전기류’라는 하나의 장르로 인정을 받았다. 2003년 셩취가 액토즈소프트를 인수하고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자 위메이드는 오랜 기간 셩취를 비롯해 전기류 게임을 출시한 중국 게임사들과 소송을 이어왔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소송을 계기로 위메이드가 중국 내에서 미르의 전설2 IP를 기반으로 한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위메이드는 미르의 전설2 IP를 활용한 게임들의 전용 플랫폼인 '전기상점'을 준비하고 있다. 최진성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이번 판결은 미르의 전설2 IP의 주인이 위메이드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확인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신규 게임들과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가 추정하는 미르의전설2 IP의 가치는 1조4300억원에 이른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