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의 공모주 일반청약에 31조원의 자금이 몰리면서 증시 ‘머니 무브’ 현상이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식시장은 그동안 대어급 기업공개(IPO)를 계기로 시중 부동자금을 또 한 번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26일 공모 청약자에게 환불하는 30조원 가운데 상당수가 증시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반기 IPO 대어급 상장이 줄줄이 예정돼 있고, ‘개미군단’의 SK바이오팜과 같은 성장주 투자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초저금리 상황에서 과거 경험하지 못한 사상 초유의 유동성 장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예탁금 50조원 돌파 눈앞
SK바이오팜 일반청약 대금은 26일 일괄 환불된다. 전체 청약 증거금 30조9889억원 가운데 30조7970억원을 청약자 계좌로 돌려준다.
기록적인 청약자금의 상당수는 증시 외부에서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SK바이오팜의 공모가 매력과 성장 기대가 부각되면서 은행 부동산 등에 있던 자금이 대거 증시로 들어왔다는 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한 주관 증권사 관계자는 “SK바이오팜 공모주 청약을 위한 신규 비대면 계좌 개설이 속출했다”며 “지난주 부동산 규제가 또 발표돼 은행 등에서 넘어온 자금이 상당했다”고 전했다. 대표 주관 증권사 NH투자증권에선 청약 직전 1주일 동안 2만4780개의 계좌가 새로 개설됐다. 이 신규 계좌의 청약금액만 2조2830억원에 이른다.
기존 증시 참여자들 자금은 전체 31조원 가운데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공모주 청약금은 계약금 성격이 있어서 투자자 예탁금에서 제외되는데 SK바이오팜 청약 기간 동안 예탁금은 2조원가량 줄어드는 데 그쳤다. 지난 15일 사상 최대(48조2068억원)였던 예탁금은 청약 마지막날인 24일 46조1448억원으로 감소했다. SK바이오팜 청약대금이 환불되는 26일에는 사상 처음으로 5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년 새 90조원 유동성 몰려와
올해 증시는 사상 초유의 유동성 장세를 경험하고 있다. 올해는 반년도 되지 않아 개인 순매수 규모(38조원)와 예탁금 순증 규모(20조원)가 58조원을 넘었다. SK바이오팜 청약금이 증시로 유입된다면 단기간 90조원 가까운 자금이 들어오는 셈이다.
과거 외환위기 당시 1997~1999년 66조원이 몰려들었던 ‘바이코리아 펀드’ 광풍을 능가하고 있다. 2004~2007년 산업재 버블 속에서 33조원을 빨아들였던 ‘적립식 펀드’ 인기도 가볍게 넘어섰다. 최광욱 J&J자산운용 대표는 “외환위기 직후나 적립식 열풍 때도 그랬지만 유동성 장세는 현재의 경기보다는 2~3년 후 경제 회복 기대를 바탕으로 나타난다”며 “개인 주도로 이뤄지는 현 유동성 장세에선 세계적으로 재정 투자가 집중되는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 관련주로 관심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SK바이오팜 청약대금은 주식시장에 머물 가능성이 높은 자금”이라며 “초저금리 시대에 성장성을 갖춘 매력적인 투자 대상을 찾는 움직임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IPO 청약이 줄줄이 예정돼 있는 점도 증시로 부동자금을 묶어두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달 말까지 소마젠 위더스제약 신도기연 등이 청약을 이어간다.
하반기에는 대어급이 몰려올 것으로 기대된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솔루엠이 최근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고 하반기 공모주 청약을 받을 예정이다. 게임 ‘테라(TERA)’로 유명한 초대어급 크래프톤(옛 블루홀)도 하반기 상장에 나설 예정이다. 콘텐츠 대장주로 관심을 받고 있는 카카오페이지는 하반기 또는 내년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조진형/전범진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