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전환' 과속에…공공부문 인건비 160조원 육박

입력 2020-06-25 17:19
수정 2020-06-26 09:26

지난해 정부와 공기업을 비롯한 공공부문 인건비가 10조원가량 늘어난 16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민간 부문의 인건비 증가를 압도하는 속도다. 최근 논란이 불거진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요원의 정규직화로 상징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0) 정책’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인건비를 비롯한 씀씀이가 커지면서 지난해 공공부문의 흑자 규모(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것)는 2013년 후 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공공부문, 인건비 160兆 육박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19년 공공부문계정’(잠정)을 보면 올해 공공부문이 직원들에게 지급한 인건비(피고용자 보수)는 158조3376억원으로 전년(148조4768억원)에 비해 6.6%(9조8608억원) 늘었다. 지난해 증가폭은 2008년(7.6%) 후 가장 높았다. 피고용자 보수는 월급과 상여금, 복리후생비, 퇴직금 등 고용자가 직원에게 지출한 인건비 총액을 가리킨다.

세부적으로 보면 정부의 지난해 인건비는 132조8073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6.9% 늘었다. 비금융공기업은 22조8652억원, 금융공기업은 2조6651억원으로 각각 9.8%, 4.9% 불었다.

공공부문의 인건비 지출 증가세는 민간 수준을 크게 웃돈다. 국민계정의 피고용자 보수는 지난해 897조7341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3.4%(29조589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 같은 증가율은 외환위기를 겪던 1998년(-4.7%) 후 가장 낮았다. 국민들의 벌이는 시원치 않은 가운데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이 받는 월급 등은 불었다는 의미다.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 수가 늘어난 것도 인건비를 불리는 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말 공무원 수는 110만4508명으로 박근혜 정부 때인 2017년 5월 9일(103만2331명)에 비해 6.9%(7만2177명) 늘었다.

여기에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정부 정책으로 공기업 정규직 직원도 급증했다. 공공기관경영정보 공개 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7년부터 올해 3월 말까지 363개 공공기관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규모는 9만1303명에 달했다. 올해 3월 말 공공기관 임직원(41만8203명)의 21.8%에 달하는 수준이다.

최근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보안요원 1902명을 정규직으로 직고용하기로 결정하는 등 정부의 정규직화 정책이 속도를 내는 만큼 공공부문 인건비의 높은 증가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공공부문 흑자 4분의 1 토막

공공부문 수지는 13조8000억원 흑자로 작년(53조1000억원)에 비해 흑자폭이 4분의 1 토막이 났다. 흑자폭은 2013년(2조6000억원 적자) 후 가장 적었다. 총수입은 전년에 비해 2.8% 늘어난 876조3000억원을 기록했지만 총지출이 862조400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7.9% 늘어나면서 흑자폭이 쪼그라들었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 등을 더 걷으면서 총수입이 소폭 늘었지만 인건비와 운영비 등이 더 큰 폭으로 증가했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중앙·지방정부와 사회보장기금 등을 비롯한 일반 정부의 수지는 18조원 흑자를 거둬 전년에 비해 39.5% 감소했다. 중앙정부의 국세 수입이 급감한 영향이다.

한국전력공사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를 비롯한 비금융공기업 수지는 7조1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2017년(4000억원 적자), 2018년(10조원 적자)에 이어 3년 연속 적자다. 한은과 산업은행, 한국주택금융공사를 비롯한 금융공기업은 2조9000억원의 흑자를 기록해 전년(5조7000억원)에 비해 흑자폭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작년 한국 공공부문 수지는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0.7%를 기록했다. 영국(-2.1%) 호주(-1.3%)보다는 높았고, 스위스(1.5%)보다는 낮았다. 일반 정부 수지는 명목 GDP 대비 0.9%로 일본(-2.6%) 영국(-2.1%)보다는 높았지만 스위스(1.2%) 덴마크(3.7%)보다는 낮았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