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오려고 새벽 4시에 일어났어요. 다른 면세점은 인터넷으로 명품 재고를 팔아서 이용하기 어려웠는데 롯데는 아울렛과 백화점에서도 판다고 해서 왔습니다. 백화점에선 300만원이 넘는 가방을 199만원에 사서 행복해요."
롯데쇼핑이 업계 최초로 면세점 재고 명품을 오프라인으로 판매한 25일 오전. 행사가 열린 경기도 용인시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기흥점의 지하 1층 이벤트홀은 판매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번호표를 받으려는 시민들로 발디딜 틈없이 북적였다. 비가 오는 가운데서도 수백명이 우산을 쓰고 긴 줄을 늘어서는 이른바 '명품 대란' 현상이었다. 이 날 같은 행사를 가진 롯데백화점 노원점과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파주점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롯데 프리미엄 기흥 아울렛에서 번호표를 나눠주기 시작한 시각은 오전 8시. 그러나 이날 '1번' 번호표를 받은 40대 주부 김 모씨는 자녀들과 행사 시작 약 7시간 전인 새벽 4시20분께부터 줄을 섰다. 김씨는 "경기도 수원에 살아 오는 데 20분쯤 걸린다"며 "평소에 명품에 관심이 많았는데 아는 사람이 롯데 아울렛에서 면세점을 판다고 알려줘서 왔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1시 행사 시작전에 이미 번호표가 300번으로 넘어갔다. 11시를 넘기자마자 번호표를 받으려는 대기줄에 200명 이상이 몰렸다. 40~50대가 가장 많았지만 어린 자녀를 데리고 온 남성, 20대로 보이는 젊은 남녀들도 적지 않았다. 비가 오는 와중에 줄이 건물 밖으로 늘어지자 롯데쇼핑 직원들이 노란색 우산을 나눠주기도 했다.이날 준비한 번호표 600장은 행사 시작후 45분만에 다 나갔다.
롯데쇼핑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번호표 순서대로 20명씩 20분 간의 쇼핑 시간을 줬다. 번호표마다 입장 시간도 명시했다. 행사 시작 30분 전인 오전 10시30분께 배부된 280번 번호표에는 '오후 3시 21분~40분'에 입장할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롯데쇼핑은 이날 지점마다 지방시, 발렌티노, 페라가모, 알렉산더맥퀸, 토리버치 등 브랜드 제품 10~15억원어치를 준비했다. 백화점 정상가보다 30~40% 싼 가격에 판매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기흥 아울렛의 경우 품목별로 보면 가방이 50% 이상으로 가장 많고, 신발과 지갑 등 잡화도 10~20%씩 차지한다"며 "많은 분들께 기회를 드리기 위해 품목마다 1개씩으로 수량을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행사가 시작되고 20분마다 순서대로 들어선 소비자들은 매대로 달려가 가방을 대 보고 할인율을 계산하기 바빴다. 원하는 제품이 생길 때마다 계산대의 직원에게 맡겨놓고 다른 제품을 고르러 달려가는 고객들도 많았다. 현장 관계자는 "페라가모 체인백 제품 하나가 2번째 입장(11시 20~40분) 때 완판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의 '1호 구매자'인 주부 오보영(30)씨는 "경기도 군포시에서 왔다"며 "아침 8시부터 번호표를 배부한다고 해서 남편과 아이를 데리고 새벽 7시부터 와서 줄을 섰다"고 말했다. 오씨는 "생로랑 크로스백을 하나 샀는데,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온 것보다 가격이 싸서 좋았다"고 말했다.
이날 함께 프리오픈을 한 롯데백화점 노원점과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파주점에도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파주점은 새벽 6시부터 사람들이 번호표를 받으려 줄을 서며 오전 10시40분께 번호표 660개가 동났다. 이에 기존에 오전 11시였던 행사 시간을 한 시간 앞당겼다. 10시 30분에 행사를 시작한 노원점에도 600명 이상이 몰렸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오후 1시 기준 롯데백화점 노원점에서 1억5000만원어치, 아울렛 파주점과 기흥점은 각각 1억2000만원, 1억원어치가 판매됐다"고 말했다.
기흥=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