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포레스트' 환상 깨졌나…귀농귀촌 인구 2년새 10%↓

입력 2020-06-25 12:00

낡은 시골집에 앉아 제철 농산물로 맛있는 요리를 해먹는 영화가 큰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다. 회색빛 도시와 대비되는 푸르른 전원에서의 한적한 삶은 지친 현대인을 자극했다. 귀농귀촌인구가 급증한 것도 이무렵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환상은 옛말이 됐다. 귀농귀촌한 후의 삶은 영화처럼 아름다운 모습만 있는 게 아니었다. 편의시설 부족, 기존 주민과의 갈등 사례 등이 부각되면서 새로 귀농귀촌을 하는 인구 수가 크게 줄고 있다.

◆전원생활 로망 깨졌다

25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귀농귀촌 인구 수는 46만645명으로 전년보다 2만9685명(6.1%) 감소했다. 2년 연속 귀농귀촌 인구가 함께 줄면서 2년새 10.8% 줄었다.

분야별로 보면 귀농귀촌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귀촌 인구는 2017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했다. 2017년 49만7187명에 달했던 귀촌자 수가 지난해 44만4464명으로 감소했다. 농촌으로 이주해 실제 농사를 짓는 귀농은 3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2016년 2만559명이었던 귀촌 인구는 지난해 1만6181명으로 21.2% 줄었다. 한편, 지난해 귀어인구는 1234명으로 2018년 대비 4.0% 감소했다.


귀농귀촌 인구가 감소한 것은 전원생활에 대한 로망이 귀농귀촌에 대한 현실론으로 전환된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은퇴자들이 농촌에서의 한적한 삶을 꿈꾸고 귀농귀촌을 많이 했지만 실제 삶에서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는 것이다. 특히 이같은 경험이 언론보도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신규 유입이 줄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몇년 간 한 시골마을에서 상여를 막고 통행료를 요구한 사건 등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농촌에 대한 인식이 나빠졌고, 원주민들의 간섭, 어업권을 둘러싼 갈등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확산했다.

농식품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귀농귀촌 인구 감소 이유에 대해 "단계적으로 신중하게 귀농하는 경향과 경제성장 둔화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밀도 농촌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베이비부머를 포함한 은퇴 연령층 증가 등으로 귀농귀촌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취업 힘든 청년, 농촌으로 내몰려

지난해 귀농귀촌인 통계를 보면 20대 이하 1인가구의 귀농귀촌이 많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대 이하 귀촌가구 비중은 2018년 18.9%에서 지난해 20.3%로 늘었다. 30대(24.0%) 가구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작년에는 40~50대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이 연령층을 2%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농식품부는 청년들이 농촌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한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취업난으로 인해 도시에서의 취업 길이 막힌 청년들이 어쩔 수 없이 농촌으로 밀려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농촌으로 유입되는 사람들의 정착을 돕기 위해 농촌 일자리 연계 귀농 프로그램을 도입할 계획이다. 청년들에겐 매월 100만원의 지원금을 주고, 유휴농지와 빈집을 저렴한 가격에 빌려주기로 했다. 귀농귀촌정보를 제공하는 통합 플랫폼도 구축한다.

농식품부는 올해 귀농귀촌 인구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한계상황에 몰린 사람들이 농촌을 찾을 것이란 예상이다. 실제로 과거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1999년과 2009년 귀농귀촌 인구가 급증했던 적이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귀농귀촌에 대한 관심이 확대될 전망"이라며 "도시민들이 농촌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