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6·25전쟁 70주년 기념사에서 “평화를 원하지만 누구라도 우리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한다면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북한 관계가 냉각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더 이상 북한에 저자세로 끌려가지 않겠다는 단호한 메시지를 보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25일 국가보훈처 주최로 경기 성남 서울공항 격납고에서 열린 기념행사에서 “대한민국은 평화를 만들어낼 만큼 강한 힘과 정신을 가졌고 우리 군은 어떤 위협도 막아낼 힘이 있다”며 “우리는 두 번 다시 단 한 뼘의 영토, 영해, 영공도 침탈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땅에 두 번 다시 전쟁은 없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전쟁의 참혹함을 잊지 않는 것이 종전을 향한 첫걸음”이라며 “오늘의 자유와 평화, 번영의 뿌리가 된 수많은 희생에 대한 기억과 우리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북한의 대응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세계사에서 가장 슬픈 전쟁을 끝내기 위한 노력에 북한도 담대하게 나서라”며 “우리는 끊임없이 평화를 통해 남북 상생의 길을 찾아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통일을 말하기 이전에 먼저 사이좋은 이웃이 되길 바란다”며 “남북의 화해와 평화가 전 세계에 희망으로 전해질 때 호국영령들의 숭고한 희생에 진정으로 보답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70년 만에 고국 땅 밟은 국군유해 147구
文대통령 "슬픈 전쟁 끝내는데 北도 나서야"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열린 6·25전쟁 70주년 기념식에서 “이 땅에 두 번 다시 전쟁은 없어야 한다”며 “단 한 뼘의 영토, 영해, 영공도 침탈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년보다 한층 강한 톤의 호국 의지를 기념사에 담았다는 평가다.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장진호 전투 전사자 7인의 유해를 봉환하면서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평화를 지킬 강한 힘과 정신을 강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북한에서 발굴돼 한·미 공식감식단의 확인을 거쳐 국군 전사자로 판명돼 7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유해 147구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일곱 분의 이름을 한 명씩 호명하며 “조국은 단 한순간도 당신들을 잊지 않았다”고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간 체제 경쟁은 이미 오래전에 끝났고 우리의 체제를 북한에 강요할 생각도 없다”며 “우리는 평화를 추구하며, 함께 잘살고자 한다”고 말했다. “통일을 말하기 이전에 먼저 사이좋은 이웃이 되길 바란다”는 발언을 통해서는 상호 체제 존중에 대한 의지도 재차 천명했다.
북한 수뇌부를 향해서는 “세계사에서 가장 슬픈 전쟁을 끝내기 위한 노력에 북한도 담대하게 나서주길 바란다”고 간략하게 언급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70년을 버티며 대한민국을 지켜오고 일궈온 우리 국민들을 위한 메시지”라며 “강한 군사력이 있어야 평화를 지킨다는 게 대통령이 일관된 신념”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행사 당일까지도 연설문을 수정하며 그 어느 때보다 메시지에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기념사에는 일본을 에둘러 비판하는 내용도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은 “우리 민족이 전쟁의 아픔을 겪는 동안, 오히려 전쟁특수를 누린 나라도 있었다”며 “우리에게 전후 경제의 재건은 식민지배에서 벗어나는 것만큼이나 험난한 길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70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7인의 국군 전사자 사연이 소개돼 참석자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장진호 전투에서 전사한 고 김정용 일병이 생전 마지막으로 쓴 편지에는 “흥남부두에 앉아 바다를 쳐다보며 부모님 생각에 편지를 쓴다. 부디 답장을 길게 보내다오”라는 내용이 소개됐다. 1950년 12월 전사한 고인은 끝내 긴 답신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유엔군 자격으로 참전한 미국 프랑스 영국 등 22개국 정상들이 기념 메시지를 보내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영상 메시지에서 “공산주의를 막아내기 위해 용감하게 싸운 모든 분들께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