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정부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경제 피해 대처와 방역 과정에서 시장주의 국가인 미국과 영국까지 국가 역할을 키우면서 큰 정부는 거대한 트렌드가 됐다.
기본소득도 이 같은 ‘큰 정부’ 트렌드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 여기에 4차 산업혁명으로 자동화가 가속화하면서 기본소득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제조업 자동화부터 인간의 지능과 창조적인 일까지 대체하는 쪽으로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플랫폼 노동자와 자영업자가 늘어나는 등 일자리도 불안정해졌다. 기본소득을 도입해 이를 해소할 필요성이 나타났다.
과거에는 기업에 좋은 것이 나라에 좋은 것이었다. 기업이 잘돼서 고용을 늘리고 임금을 주면 소비가 늘고 경제도 돌아간다는 논리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이 같은 도식이 통하지 않는다. 기업이 부의 분배와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고 있다. 삼성전자만 해도 1인당 생산 부가가치가 여섯 배 늘어날 동안 고용은 늘지 않았다. 기업이 부가가치를 많이 생산해도 고용으로 이어지지 않아 국민과 멀어진다.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기업과 국민이 일체감을 갖고 함께 뛸 수 있다. 기업이 낸 세금을 기본소득으로 받는다는 개념이 확산하면 결국 기업 생산은 곧 나의 소득이라는 인식을 하게 된다.
기본소득은 국민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소득을 보장받는 제도다. 이 제도가 미래 복지국가 체제의 근간이 돼야 플랫폼 노동이 일반화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시민으로서 권리를 갖고 살아갈 수 있다.
기본소득을 얼마 줄 것이냐, 어떻게 줄 것이냐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 여야, 보수와 진보를 따질 문제는 아니다. 국민이 공론장에서 ‘미래 복지 체제의 시작’이라는 관점에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기업과 노동조합도 함께 논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