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사진)이 24일 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유 본부장이 사무총장으로 당선되면 한국인 최초이자 여성 최초 사무총장이 탄생하는 셈이다.
이날 유 본부장은 "한국은 세계 7위 수출국이자 자유무역질서를 지지해온 통상선도국"이라면서 "지금 위기에 처해있는 WTO 교역질서 및 국제공조체제를 복원·강화하는 것이 우리 경제와 국익을 높이는 데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의 높아진 위상과 국격에 걸맞게 국제사회의 요구에 주도적으로 기여해야 할 때가 왔다"며 출마 이유를 설명했다.
유 본부장은 한국이 '중견국'으로서 갖는 장점과 본인의 전문성을 활용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현재 WTO는 다자적으로 추진해야 할 협상과 개혁 과제에 있어 주요국간, 그리고 선진국과 개도국 간 의견 대립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정체돼 있다"며 "중견국인 한국은 바로 이 부분에서 주도적인 역할과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WTO는 통상 전문가이자 이해 조정자를 필요로 한다. 지난 수십 년간 쌓아온 통상 분야에서의 경험, 지식, 그리고 네트워크를 세계무역기구의 개혁과 복원을 위해 활용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사무총장직에 당선되면 다자무역체제 복원에 힘쓰겠다고도 밝혔다. 유 본부장은 "국제사회는 갈수록 보호무역주의가 심화하고, 상품과 서비스의 자유로운 이동이라는 WTO의 기본원칙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라는 글로벌 위기상황에서는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며 "WTO의 협상 기능을 복원해 변화하는 환경에 맞추어 적실성을 가질 수 있도록 세계무역기구 협정을 업그레이드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유 본부장은 행정고시 35회에 합격하며 공직자 생활을 시작했다. 1995년 통상산업부가 선발한 첫 번째 여성 통상 전문가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협상 당시 서비스·경쟁분과장을 맡았다. 2014년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 홍보수석비서관실 외신대변인을 지냈을 정도로 영어가 유창하며 미국 변호사 자격증도 갖고 있다. 유 본부장은 2018년 1월 통상교섭실장으로 임명돼 1948년 산업부가 설립된 이래 70년 만에 처음으로 '공무원의 별'이라 불리는 1급 여성 공무원이 됐다.
유 본부장의 남편은 정태옥 전 20대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 의원이다. 야당 소속이던 정 전 의원의 20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활동 당시, 국회 같은 공간 정부 측 자리에 부인인 유 본부장이 자리한 구도가 언론에 보도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 전 의원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 가고, 망하면 인천 간다는 의미)이라는 표현으로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발언을 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당시 정 의원은 맡고 있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직을 사퇴하고 탈당한 바 있다.
WTO 사무총장 후보 등록은 다음달 8일까지다. 유 본부장이 후보 등록을 하면 현재까지 5명이 출사표를 던지게 된다. 멕시코의 헤수스 세아데 외교부 북미외교 차관,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세계백신면역연합(GAM) 이사장, 이집트의 하미드 맘두 변호사, 몰도바의 투도르 울리아노브스키 전 주제네바 몰도바 대사 등이 경쟁자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