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역대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기존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차주들의 '대출 갈아타기(대환대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기준금리가 당분간 최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차주들은 금리를 조금이라도 금리를 낮추기 위해 은행들의 금리를 비교하고 있다.
2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 KB국민 하나 우리 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변동금리형 주담대 금리는 이날 기준 연 2.13~4.16%를 기록하고 있다. 농협은행의 최저금리가 연 2.13%로 가장 낮고, 나머지 은행도 2.25%에서 시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존 대출을 받은 지 3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중도상환 수수료'가 부과되기 때문에 이자 절감액과 실익을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정부가 2017년부터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면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을 조정한 만큼 대출 한도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할 부분이라고 강조한다.
◆변동형은 불필요, 혼합형은 실익 따져봐야
코로나19 사태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치로 낮추면서 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역대 최저치인 연 2.13%까지 떨어졌다. 일부 시중 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경우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금리(연 1.85~2.2%)보다 낮은 상황도 연출됐다.
은행 변동형 주담대는 6개월마다 금리가 바뀌는 상품이다. 시장금리가 떨어지면 주담대 금리는 내려가지만 반대로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주담대 금리도 오른다. 대출 기간이 짧거나 금리 인하기에 돌입할 경우에 변동형 주담대 수요는 늘어난다.
변동형 주담대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기준으로 한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로 기준금리 변동에 연계된다. 기준금리 변동이 은행 수신금리에 영향을 주고, 코픽스를 움직여 결과적으로 은행 변동형 주담대 금리를 바꾸는 식이다.
반면 혼합형(고정형) 주담대는 5년간 금리를 고정한 후 재조정하는 상품이다. 대출 기간이 비교적 길거나 변동성을 싫어하는 차주들이 선호한다. 혼합형 주담대는 금융채 5년물(AAA)을 기준으로 해 금리가 매일 바뀐다. 5대 시중은행의 이날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이날 기준 연 2.19~3.74%로 역대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금융채 5년물(AAA) 금리가 1년 새 1.3%포인트 이상 내려갔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서는 변동형 주담대 상품을 받은 상태라면 이미 6개월마다 바뀐 금리를 적용받고 있기 때문에 당장 대환대출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반면 혼합형 주담대의 경우 금리 인하 분이 바로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대출 갈아타기도 고려해볼 만하다는 게 중론이다.
◆중도상환 수수료·한도 확인 필수…금리 인하 요구권도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하는 부분은 중도상환 수수료다. 은행들은 대출을 실행할 때 대출에 대한 기대 수익을 산출해 금리를 정한다. 대출 기간이 짧으면 금리를 높아지고, 기간이 길면 금리가 내려가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런데 차주가 계약했던 것과 달리 대출을 일찍 갚아버리면 은행은 기대 수익을 얻을 수 없게 된다. 이 같은 상황을 없애기 위해 은행은 대출을 미리 갚는 경우 페널티를 적용하는 중도상환 수수료를 부여하고 있다.
중도상환 수수료는 대출이 집행된 후 3년까지만 적용된다. 또 3년에 가까워질수록 수수료율이 내려간다. 중도상환 수수료는 은행마다 차이가 있지만 최대 2%대를 넘지 않는다. 시중은행의 경우 대부분이 1.2~1.5% 수준에 머물고 있다. 중도상환 수수료를 내더라도 금리가 크게 내려 이자 절약 비용이 있다면 실익을 따져보는 게 좋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먼저 중도상환 수수료율을 확인해 유불리를 따져봐야 한다"며 "금리가 1%포인트 이상 떨어졌다면 중도상환 수수료를 내더라도 유리한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대출 한도 확인도 필수다. 일부 정책성 상품을 제외한 대환대출은 현재 시점의 부동산 규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대출 한도가 줄어들 수 있다. 실제 인천 연수구의 경우 지난 19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LTV(주택담보대출비율)는 기존 70%에서 40%로 낮아졌다. 5억원 주택을 담보로 기존에는 3억5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했지만 현재는 최대 2억원까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출을 갈아타지 않더라도 정부 정책을 적극 이용하면 금리를 낮출 수 있다고 설명한다. 지난해 6월부터 시행된 금리 인하 요구권이 대표적이다. 금리 인하 요구권은 은행에 본인의 신용이 높아졌으니 금리를 낮춰줄 것을 요구하는 권리다. 직장 내 직급, 부채 상황 등이 개선됐을 경우 은행은 그에 맞춰 금리를 낮춰준다.
카카오뱅크는 이날 지난 1년간 8만2000명의 대출 고객이 금리인하 요구권을 이용해 30억원의 이자 감면 혜택을 받았다고 밝혔다. 카뱅 관계자는 "모든 은행에서 비대면으로 금리인하 요구권을 신청할 수 있으니 적극 활용하는 걸 추천한다"고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