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각종 전투기 및 헬기에 장착되는 가스터빈 엔진 제작에 주력해온 기업이다. 올해로 설립 41주년을 맞았다. 지금까지 8600대가 넘는 항공기와 헬기 등의 엔진을 생산했다. 1979년 가스터빈 엔진 정비사업을 시작으로 항공기 엔진 사업에 진출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980년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기술 제휴해 ‘F-5 제공호’용 제트엔진을 생산했다. 이후 1986년 KF-16 전투기의 최종 조립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영국 롤스로이스, 미국 GE 등과 엔진 부품 공급계약을 맺고 세계적인 엔진업체로 도약하고 있다.
○수리온·KFX 엔진 개발 주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F-15K 전투기, T-50 고등훈련기 등 대한민국 공군의 주력 항공기 엔진뿐만 아니라 한국형 헬리콥터 개발사업인 ‘KHP(Korean Helicopter Program)’에 적극 참여해 한국형 헬기 ‘수리온’의 엔진을 생산하는 등 항공기 엔진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입증했다.
2016년엔 한국의 노후 전투기를 대체하고 미래 전장 환경에 적합한 성능을 갖춘 ‘차세대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의 항공기 엔진 통합 개발을 주도했다. 또 엔진 부품 국산화를 위해 GE와 기술협약을 맺는 등 KFX 엔진의 국내 조립과 주요 부품 국산화에 나섰다. KFX, 수리온 개발과 같은 대형 국책사업은 자주 국방력 강화는 물론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과 기술력 향상 등 항공산업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기 엔진뿐 아니라 해군 군용 함정에 들어가는 LM2500 등의 가스터빈 엔진도 생산하고 있다.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인 ‘나로호’에 이어 2021년 발사 예정인 한국형 위성발사체 ‘누리호(KSLV-Ⅱ)’ 사업에도 참여하는 등 항공엔진 분야에서 기술력을 쌓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국형 발사체 사업 초기 단계부터 발사체의 핵심 기술인 엔진·터보펌프와 각종 밸브류 제작에 참여해왔다. 2015년 3월엔 75t 액체로켓엔진을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에 초도 납품하기도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1월 (주)한화로부터 항공 사업을 인수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맡게 된 항공 사업은 항공기 구동, 유압, 연료 분야와 KFX 사업 중 항공 구성품인 착륙장치 등이다. 항공엔진 분야 전문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엔진과 기체 부문 간 시너지 창출을 통해 글로벌 항공업계의 혁신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GE·롤스로이스 등과 어깨 나란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기 엔진 분야에서 축적한 기술을 통해 항공엔진 부품 사업에도 진출했다. GE, 프랫앤드휘트니(P&W), 롤스로이스 등 세계적인 항공기 엔진 기업들과 엔진 부품 및 모듈의 국제 공동개발 프로그램(RSP) 계약을 맺었다. RSP는 항공기 엔진의 개발, 양산, 사후 서비스까지 엔진 사업 전체의 리스크와 실적을 참여 지분만큼 배분하는 계약방식이다.
지금까지 RSP는 독일, 영국, 이탈리아, 일본 등의 항공엔진 선진 업체들이 주도해왔다. 세계 유수의 항공업계 강자들이 독식하던 항공엔진 부품 시장에서 한국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치열한 경쟁을 뚫고 당당히 RSP 사업의 주요 파트너가 됐다. 과거 ‘단순 수주·하청업체’ 수준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제품을 공급하며 안정적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글로벌 항공기 엔진 부품 사업자’로 도약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첨단 기계 기술의 집약체인 항공기 엔진 분야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로 정밀 가공 등 기반 기술의 지속적인 축적과 글로벌 항공·엔진 생산 기업과 쌓아온 두터운 신뢰 관계를 꼽는다.
작년 11월에는 세계적인 항공기 엔진 제조사인 롤스로이스와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규모의 최첨단 항공기 엔진 부품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공급하게 될 엔진 부품은 롤스로이스가 생산하는 모든 기종의 트렌트 엔진에 장착되는 터빈 부품으로 내년부터 2045년까지 최소 25년간 공급하게 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GE와도 3억달러(약 3000억원) 규모의 수주계약을 맺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다수의 기술 명장을 주축으로 설계-생산-조립-정비에 이르는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최고의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에 GE, P&W, 롤스로이스 등 글로벌 기업과 수십 년 이상 관계를 이어오며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