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열환자 있는데 그냥 '패스'…뻥 뚫린 항만방역

입력 2020-06-23 16:52
수정 2020-06-24 02:05

지난 21일 부산항으로 들어온 러시아 국적 냉동어선 아이스스트림호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늘면서 부산 지역에 집단감염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방역당국은 러시아 선박검역을 강화하기로 했다.

23일 중앙방역대책본부(질병관리본부)와 부산지방해양수산청 등에 따르면 아이스스트림호 관련 코로나19 확진자는 최소 17명이다. 아이스스트림호에서 16명이 확진됐고, 이 배가 감천항 동편부두로 입항한 뒤 바로 옆에 정박해 함께 작업하던 아이스크리스탈 선원 중 1명도 추가 확진판정을 받았다.

방역당국은 이 배가 국내에 들어온 뒤 선원과 접촉한 도선사, 통역 등 175명을 접촉자로 분류해 검사하고 있다. 아이스스트림호는 21일 부산항으로 들어오기 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선원교대를 했는데 이때 하선한 선장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이런 사실은 입항 다음날인 22일에야 방역당국에 통보됐다.

배가 국내로 들어와 하역 작업을 할 때까지 이 배에 고열 환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검역관이 배에 올라 승선검역을 한 뒤에야 유증상자 3명이 확인됐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검역법에 따른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부산 감천항 동편부두는 25일까지 폐쇄됐다. 냉동 수산물을 전문으로 다루는 감천항 동편부두에는 11척이 접안해 하역을 기다리고 있다. 사태 장기화 시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러시아 내 코로나19 유행 상황은 심각하다. 유럽 내 코로나19 확진자의 50% 정도가 이곳에서 발생할 정도다. 하지만 국내에선 중국 이란 이탈리아에서 들어오는 배만 승선검역을 한다. 고위험국가 분류 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권 부본부장은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러시아도 승선검역 대상에 포함해 관리하는 것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아이스스트림호 관련 확진자를 포함해 22일 신고된 국내 코로나19 환자는 46명이다. 해외 유입이 30명에 이른다. 이창준 중앙사고수습본부 생활치료센터반장은 “외국인 대상 생활치료센터는 한 곳 있는데 10명 정도밖에 여유분이 남지 않았다”며 “중부권 센터 개소를 추가로 준비 중”이라고 했다.

정부는 대규모 환자 발생에 대비해 권역별 병상 공동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전국단위 이송계획도 세울 방침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도권 방역대책회의에서 “하루빨리 안정적인 상황으로 넘어가야 하는 중요한 고비”라고 말했다.

이지현/부산=김태현/강영연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