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의 대(對) 한국 수출규제 강화로 인한 피해는 일본이 보고 있다는 현지 매체의 지적이 나왔다.
도쿄신문은 23일 '타격은 일본 기업에' 제목의 서울 특파원 칼럼에서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는) 오히려 일본 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공급 불확실성이 높아져 한국 경제가 큰 타격을 입는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업계 세계 최대인 삼성전자를 비롯해 반도체 생산에 지장이 생기지 않았다"면서 이같이 진단했다.
칼럼은 한국 기업이 수출 규제 강화에 대응해 부품·소재 등의 일본 의존도를 줄이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아울러 주요 3개 품목은 물론 다른 소재까지 일본 외 국가로부터 공급받는 사례가 나와 수출 규제가 역으로 일본 기업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칼럼은 수출 규제 강화를 계기로 한국에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장기화하고, 닛산자동차나 유니클로와 같은 계열인 패션 브랜드 지유(GU)가 한국 철수를 결정하는 사태가 발생했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필자는 "일본 정부 대응에서 가장 큰 문제는 수출관리를 강화한 배경에 전 징용공(징용 피해자) 소송이 있다는 점"이라며 "한국 정부의 대응을 촉구하려 한 의도는 이해할 수 있지만 경제의 '급소'를 찌르는 방식이 올바른 것이었는지 의문이 강해지고 있다"고 짚었다.
한편 우리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해 이달 초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해결 절차를 재개했다. 나승식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은 관련 브리핑에서 "일본 정부가 문제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현안 해결을 위한 논의는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지금 상황이 당초 WTO 분쟁 해결 절차 정지의 조건이었던 정상적 대화의 진행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일본 정부는 지난 19일 유감의 뜻을 밝혔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한국 측의 일방적 대응은 한일 양방이 대화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현안을 해결하기로 한 지금까지 수출관리정책대화에서의 합의를 무산시킬 수 있는 것으로 매우 유감"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한일 당국은 수출규제 문제 해결을 위한 수출관리정책대화를 지난해 12월 일본 도쿄에서, 올해 3월에는 화상 회의로 개최했으나 양측은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후 우리 측은 일본이 수출규제 명분으로 삼았던 제도적 미비점을 모두 정비했다며 일본 측에 지난달 말까지 수출규제 해결 방안을 밝히라고 요구했으나 일본은 전향적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