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부진에도...수백만원씩 성과급,격려금 달라는 車노조들

입력 2020-06-23 14:06
수정 2020-06-23 16:15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자동차 업계 임단협이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지난해 노조 파업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수출이 급감해 완성차 업체들의 실적이 악화된 가운데 노조가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2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과 한국GM은 각각 자산 매각을 통한 현금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12곳의 직영 서비스센터 가운데 일부 센터를 매각할 계획을 세우고 가치 산정을 위한 실사 작업에 들어갔다. 직영 서비스센터를 매각하면 고정비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전국 450곳의 정비 협력점을 확보한 만큼 서비스 제공에도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이 직영 서비스센터 매각을 추진하는 것은 수익성 회복을 위한 조치다. 르노삼성의 지난해 차량 판매는 총 17만7450대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22% 감소했다. 올해 상황은 더 열악하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르노삼성이 판매한 차량은 총 5만3406대로 지난해에 비해 20.5% 줄었다. 지난해 3만8216대에 달하던 수출이 1만1832대로 69.0% 감소한 탓이다.


르노삼성은 르노 본사를 통해 닛산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를 위탁생산해왔다. 로그는 르노삼성 생산량의 절반을 지탱해온 모델이다. 그러나 2018년부터 반복된 노조 파업을 목격한 르노그룹은 르노삼성에서 안정적인 생산이 불가능하다 판단해 로그 위탁생산 물량을 줄이고 연이어 종료시켰다. 생산 물량의 절반이 증발한 셈이다.

르노삼성은 로그의 대안으로 연 8만대 규모의 유럽 수출용 XM3 배정을 추진했다. 지난해 르노삼성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부산공장에 XM3 생산시설이 모두 갖춰진 만큼 배정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낙관론도 나왔지만, 아직도 르노그룹은 묵묵부답이다.


르노그룹은 유럽향 XM3 생산기지를 지난해 말까지 확정할 예정이었지만, 유력 후보지였던 르노삼성을 두고 반년 넘게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르노 측은 부산공장에 대해 그룹 내에서 인건비 등 생산비용이 가장 비싸고 잦은 파업에 안정적인 생산마저 불가능한 공장이라는 평가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내수 시장에서 신차 효과를 내며 인기를 얻은 XM3도 최근 판매량이 감소하고 있다. 주행 중인 차량의 시동이 꺼진다는 엔진결함 신고가 잇따르며 소비자들이 외면하기 시작한 탓이다. XM3는 현재 르노삼성 판매량의 절반을 책임지는 모델이다. 추가적인 실적 악화가 예상되는 부분이다.

모기업인 르노의 상황도 나쁘긴 매한가지다. 르노는 최대주주인 프랑스 정부의 반대에도 3년간 1만5000명을 감원하고 프랑스 내 공장 4곳 폐쇄를 추진하기로 했다. 프랑스 정부가 공적자금 투입을 무기로 맞섰지만, 프랑스 내에서만 4600명을 감원하기로 결정했다. 프랑스 내 감원 인력에는 핵심 직군인 엔지니어도 1500명 포함된다.


한국GM의 상황도 어렵기만 하다. 지난해 노조 반대에도 수입을 강행한 대형 SUV 트래버스, 픽업트럭 콜로라도와 올해 선보인 준중형 SUV 트레일블레이저를 제외하면 지난해보다 많이 판 모델이 하나도 없다. 올해 1~5월 내수 판매량이 전년 대비 30% 가까이 감소할 것을 트래버스와 콜로라도, 트레일블레이저가 6.5% 증가로 만든 셈이다.

다만 국내에서 생산되는 트레일블레이저의 신차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출시 이후 국내 시장에서 6508대가 팔리는데 그쳤다. 르노삼성 XM3의 한 달 판매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GM에 있어 내수보다 큰 수출 역시 급감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5월 16만4911대를 수출했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여파에 북미 등지 차량 판매가 막히며 10만8312대로 34.3% 감소했다. 내수와 수출을 합친 실적으로도 28.1% 감소했다.

신차와 수출 부진에 한국GM은 인천 부평공장 인근에 있는 물류센터 부지를 매각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회사 운영에 당장 필요한 현금을 확보하고 신차 개발과 생산시설에도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모기업 GM은 전 세계에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인도네시아와 스페인 바르셀로나 공장을 폐쇄하고 러시아 시장에서도 철수를 결정했다. 한국GM은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GMTCK)가 전기차 연구개발 중심지로 부상하며 구조조정의 칼날은 피했지만, 본사의 지원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처지다.

완성차 업체들은 자산 매각에 나서고 있지만,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인상 등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르노삼성 노조는 기본급 월 7만1687만원 인상, XM3 성공 론칭 격려금 등 700만원 일시금 지급, 노동조합 발전 기금 12억원 출연 등이 담긴 요구안을 확정했다. 단체협약 협상을 통해 임금피크제와 고과제도 폐지, P/S직군 통합, 단일 호봉제 실시 등도 요구할 예정이다.

한국GM 노조는 기본급 월 12만304원 인상, 통상임금의 400%+600만원 성과급, 조립라인 근로자 대상 TC수당 500% 인상 등이 담긴 요구안을 확정했다. 조합원 1인당 2200만원 수준의 보상을 제시한 셈이다. 노조는 단체협약 12조를 개정해 회사의 자산 매각에도 관여하겠다는 방침이다. 물류센터 부지 매각이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됐다.

한편 현대차 노조는 내달 초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정책)을 배제하고 생존권 보장에 초점을 맞춘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는 현대차 노조가 임금을 동결하고 일감 확보와 정년 보장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