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구입장려와 운행억제의 이중성

입력 2020-06-23 15:09
수정 2020-06-23 15:11
2788만원에 달하는 현대차 쏘나타(휘발유 모델)를 구입할 때 가격에 포함된 세금은 개별소비세와 개별소비세교육세, 부가세 등이다. 지금은 개별소비세가 공장도가격의 1.5%(7월부터 3.5%)로 떨어져 있지만 원래 수준인 5%를 적용하면 119만원에 달한다. 개별소비세교육세는 35만7000원이다. 여기에 공장도가격과 개별소비세, 개별소비세교육세를 모두 더한 뒤 10%인 253만원이 부가세로 추가된다. 쏘나타 소비자가격에서 세금만 408만원으로 비중은 14.6%가량에 이른다. 나아가 구입 후 등록할 때는 공급가격의 7%인 177만원의 취득세를 내는 만큼 번호판 부착 완료 시점까지 세금 비중은 19.7%로 치솟는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구입 후 1년 동안 1만3000㎞를 운행할 때 필요한 기름 값은 최소 129만원이고 이 가운데 67.4%에 달하는 87만원이 유류세금(2020년 6월 20일 정유사 공급가 기준)이다. 연간 52만원 정도인 자동차세도 부담해야 한다.

그렇다면 5년 정도 운행할 때 세금 부담이 많은 항목은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단연 유류세다. 현재 기준으로 5년 동안 계산하면 435만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물론 유류세는 자동차 주행거리에 따라 부담세액이 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연간 1만㎞를 주행하면 유류세는 334만원으로 줄어든다. 따라서 소비자가 자동차 유지 비용을 낮추려면 운행을 억제해야 한다.

그런데 운행이 억제될수록 전전긍긍하는 곳이 적지 않다. 먼저 자동차회사가 마음을 졸인다. 연간 주행거리가 짧아질수록 보유 기간이 증가하는 탓이다. 타던 차가 멀쩡하니 굳이 새 차로 바꾸려는 생각이 줄기 때문이다. 이 경우 완성차 생산도 감소해 일자리가 위협받는다. 또한 기름을 판매하는 정유사도 속을 앓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 가장 걱정을 많이 하는 곳은 의외로 정부다. 주행거리가 짧아질수록 운전자가 부담하는 유류세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부족한 재정에서 유류세 비중이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운행 억제=환경보호’ 논리만 가져갈 수 없다는 뜻이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지난 1~4월 수송용 보통휘발유의 국내 수요는 전년 대비 11.4%, 경유는 11% 감소했다. 이 말은 곧 유류를 통해 거둬들이는 세금 또한 줄었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뿐 아니라 세계를 뒤덮은 코로나19는 밀접(密接), 밀집(密集), 밀폐(密閉) 등의 ‘3밀(密)’ 금지를 권고하고 있다. 사람 간의 만남, 다시 말해 이동을 자제하라는 뜻이다. 이미 코로나19 이후 모임 횟수가 줄고 장소 또한 제한적으로 변모하고 있으며 대면 기회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다시 말해 이동의 필요성이 점차 엷어지는 중이다.

하지만 ‘이동’은 인간의 본능에 가까운 절대적 생존 항목이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의식주’를 해결하려면 ‘이동’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염병 예방과 본능 충족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다시 자가용’이 뜨고 있다. 정부도 오히려 유류세 확대를 위해 자가용의 구매와 이동을 촉진하는 분위기다. 게다가 밀접, 밀집, 밀폐의 대명사로 대중교통이 지목되면서 초단기 렌털 사용자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쉽게 보면 ‘구매 및 운행의 동시 장려’인 셈이다. 환경을 생각하면 ‘운행 억제’를 추진해야 하지만 그럴수록 줄어드는 세금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정부의 깊은 고민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보조금을 통해 구입을 장려하는 친환경차도 포함돼 있다.

지금은 비중이 낮아 영향이 거의 없지만 친환경차 비중이 늘어나면 같은 고민이 불가피한 영향이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