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그십(flagship·기함) 세단은 자동차 브랜드들의 자존심이다. 플래그십이란 산의 정상에 오르면 깃발을 꽂듯 메이커마다 최상위 모델이란 의미다. 5m가 넘는 차체와 그에 걸맞은 가격,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편의·안전사양 경쟁의 각축전이다.
○선루프·트렁크도 음성으로 제어
기아자동차의 플래그십 세단은 K9이다. K9은 2012년 5월 첫 출시 이후 6년 만인 2018년 4월 2세대 모델이 출시됐다. 완전변경된 신차 출시 이후 매년 1만 대 이상 팔릴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누렸다. K9의 가장 큰 특징은 대형 세단임에도 ‘오너 드리븐(직접 운전하는 차)’을 표방하고 있다는 점이다. K9의 전장과 휠베이스(앞뒤 바퀴 간 거리)는 각각 5120㎜와 3105㎜로 제네시스 G90보다 짧지만 그랜저 등 준대형차보다는 100㎜ 이상 길다. 직접 운전하기에 부담스러운 정도로 크지 않고 업무상 필요 시 기사에게 운전대를 맡겨도 어색하지 않다. 과거 포텐샤부터 엔터프라이즈에 이르기까지 기아차의 플래그십 세단은 ‘운전자와의 교감’이라는 DNA(유전자)를 갖고 있다.
기아차가 지난 4월 새롭게 선보인 2021년형 ‘K9 가솔린 3.3터보 그랜드 마스터즈’ 모델을 타봤다. 부분 변경 모델이면서도 첨단 편의사양을 신규 탑재한 게 눈에 띈다. 음성인식 기능이 대표적이다. “에어컨 켜줘” 등 직관적인 명령뿐만 아니라 “시원하게 해줘” 등 대화형 명령도 알아듣는다. 기아차 최초로 선루프 개폐와 트렁크 개방까지 음성인식으로 제어할 수 있다.
전 트림(세부모델)에 기본 적용된 외부 공기 유입방지 제어 기능도 향상됐다. 터널 등 진입 전 자동으로 창문을 닫고 공조시스템을 내기 순환 모드로 전환해주는 기능이다. 2021년형부터는 터널을 완전히 빠져나온 뒤에 다시 창문을 열림 상태로 원상복귀하는 기능이 더해졌다. 앞좌석 스마트폰 무선충전 시스템엔 고속 무선충전 기능을 새롭게 적용했다.
주행 성능은 검증된 V6 람다 II 3.3 T-GDI 엔진(최고 출력 370마력)답게 나무랄 데가 없다. 시동이 켜져 있는 게 맞는지 착각이 들 정도로 소음이 없다. 급가속력은 물론 시속 150㎞ 이상의 고속 주행에서도 안정적이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과 차로 이탈 방지 보조 등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은 빠짐없이 적용됐다.
○실내는 움직이는 호텔
실내는 고급스러움을 넘어 호화로운 분위기다. 푹신하면서도 몸을 탄탄하게 받쳐주는 천연가죽 시트는 명품 소파에 앉아있는 느낌을 준다. 2021년형에 새로 적용된 밝은 갈색톤의 ‘새들브라운 모델’(사진)은 고급스러운 느낌의 재질감을 갖추고 있다. 기아차에 따르면 새들브라운 선택 비율은 37%로 절반인 블랙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특히 여성 고객에게 인기가 많다고 한다. 실내 무드등(앰비언트 라이트)의 적용 범위가 넓어져 야간 운전 때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기아차는 2021년형 K9을 출시하면서 멤버십도 개편했다. 인천국제공항 발레파킹 서비스와 국내 고급 호텔·리조트 숙박권 혜택을 추가했다. 출고 이후 차량을 관리해주는 ‘베스트 토털케어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고객들의 선호도가 높은 옵션을 묶은 ‘베스트 셀력선’ 패키지도 내놨다.
2021년형 K9 가격은 가솔린 3.8모델은 △플래티넘 5437만원 △그랜드 플래티넘 6837만원이다. 주력 모델은 가솔린 3.8로 전체의 83%를 차지한다. 가솔린 3.3터보 모델은 △마스터즈 6557만원 △그랜드 마스터즈 7317만원이다. 5L V8엔진이 달린 퀀텀 모델은 9232만원이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