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디지털 기술업체, 벤처 생태계 바꾼다

입력 2020-06-23 17:30
수정 2020-06-24 01:12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언택트(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재택근무나 원격 회의, 배달 주문 등 관련 디지털 기술을 전면에 내세운 벤처기업들이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 대면 서비스 기업들이 올 1분기 수출 부진 등에 휘청이는 가운데 비대면 벤처기업들은 사용자를 늘리며 영업이익 등이 급증했다는 평가다.

코로나 속 비대면 벤처들 약진

비대면 모바일 예약·결제 시스템은 최근 수요가 크게 늘어난 분야다. 씨큐프라임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통합해 이용할 수 있는 비대면 주문결제서비스 ‘이모더 모바일’로 주목받고 있다. 소비자가 휴대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한 뒤 음식 주문과 결제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서비스다. 별도의 주문 앱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 통상 앱을 설치할 때마다 요구받는 회원가입 절차가 없고 개인정보 노출 우려도 최소화한 점이 매력이다. 씨큐프라임 관계자는 “외식 프랜차이즈, 반찬가게 등을 중심으로 올 들어 100개 가까운 가맹점을 모았다”고 말했다.

AI 챗봇(대화 로봇) 전문업체 메이크봇은 병·의원 예약 챗봇 솔루션 ‘메이크봇H’로 인기를 끌고 있다. 메이크봇H는 전능아이티, TNH 등 국내 주요 의료솔루션 업체의 전자의무기록(EMR) 데이터를 연동한 챗봇이다. 별도의 앱 또는 프로그램 설치 없이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추가만으로 원하는 진료 항목과 시간대를 조회하고 예약할 수 있다. 김지웅 메이크봇 대표는 “전국 수천여 병·의원에 챗봇 예약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월평균 10만 명의 사용자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재택·원격근무, 화상회의 등이 일상화되면서 이 같은 업무를 지원하는 솔루션 업체도 뜨고 있다. 토스랩의 ‘잔디’는 화상회의와 채팅 기능에 일정 관리, 파일 공유 등을 할 수 있는 협업용 메신저다. 사용자가 200만 명(4월 말 기준)을 넘었다. 지난 5월 한 달간 신규 가입자는 본격적인 코로나19 확산 전인 올해 1월보다 약 79% 늘었다. 한양건설, 코스맥스, 넥센타이어 등 1000명 이상의 임직원을 보유한 기업도 고객사로 확보했다. 토스랩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63개국이 잔디를 이용 중”이라며 “일본에선 고객사가 600곳을 넘었다”고 했다.

대면기업 압도하는 실적 성장세

코로나19 확산은 보수적이던 보험산업에도 변화를 몰고오고 있다. 온라인으로 직접 보험 보장내역을 분석해 필요한 보험만 가입할 수 있는 비대면 보험 서비스가 늘고 있다. 인슈어테크 기업 보맵은 최근 비대면 맞춤형 보험 보장분석 서비스를 내놨다. 금융 소비자가 적합한 보장을 직접 확인하고, 보험 가입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다. 류준우 보맵 대표는 “보험관리, 보장분석, 가입까지 보험의 전 과정을 완전한 비대면으로 하는 보험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비대면 기술을 활용한 벤처기업의 약진은 실적에서도 드러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1분기 국내 증시에 상장된 벤처기업 790개를 대면(565개)과 비대면(195개)으로 분류해 실적을 분석했다. 그 결과 비대면 기업의 1분기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6.1% 늘어난 것으로 나왔다. 대면기업 성장(3.1%)의 두 배에 달한다. 비대면 기업의 1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보다 58.9% 증가했다. 대면 기업(4.0%)의 5배에 이른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온라인 교육, 생활중개 플랫폼, 스마트 헬스케어 분야 등 비대면 분야 기업이 고용 창출도 더 많았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