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지정 '겸재화첩' 경매에…추정가 50억~70억

입력 2020-06-23 17:57
수정 2020-06-24 00:43

보물로 지정된 겸재 정선(1676~1759)의 화첩이 경매에 나온다. 케이옥션은 다음달 1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본사에서 열리는 7월 경매에 보물 제1796호 ‘정선필 해악팔경 및 송유팔현도(鄭敾筆海嶽八景 宋儒八賢圖) 화첩’이 출품된다고 23일 밝혔다. 추정가는 50억~70억원. 경매시작가는 50억원으로 예정돼 있어 낙찰된다면 국내 고미술품 경매 최고가를 경신하게 된다.

2013년 2월 보물로 지정된 이 화첩에는 금강산과 주변의 동해안 명소를 그린 진경산수화 8점과 중국 송나라 유학자들의 일화 및 글을 소재로 그린 고사(故事)인물화 8점 등 16점이 수록돼 있다. 진경산수화를 포함해 겸재의 폭넓은 작품 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화첩이다. 특히 서로 주제가 다른 작품을 하나의 화첩에 모은 것은 극히 드물고, 같은 작품 수로 구성해 균형을 맞춘 것도 보기 힘든 사례라는 점에서 보물로 지정됐다.

화첩의 표지에는 ‘겸재화(謙齋畵)’라는 제목이 먹으로 씌어 있어 보물 지정 이전에는 ‘겸재화’라고 불렸다. 제작 시기를 확실히 알 수 있는 제사(題詞)나 발문(跋文)은 없지만 그림마다 사용된 인장과 화풍을 볼 때 겸재의 노년기 작품으로 추정된다. 화첩의 각 폭에는 ‘謙齋(겸재)’라는 서명과 함께 ‘鄭’과 ‘敾’을 새긴 두 개의 백문방인(白文方印·글자가 하얗게 찍히는 사각형 도장)이 찍혀 있다. 이는 겸재가 66세부터 70대 후반까지 사용한 도장이다.

수묵으로 그린 진경산수화 8점은 단발령·비로봉·혈망봉·구룡연·옹천·고성문암·총석정·해금강의 순서로 실려 있다. 이 중 비로봉·혈망봉·구룡연·옹천·해금강 등 5폭은 보물 제1949호로 지정된 겸재의 ‘해악전신첩(海嶽傳神帖)’에는 없는 경관이다.

고사인물화는 인물 자체보다는 성현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 인물을 작게 묘사하고 산수 배경과의 조화를 강조한 ‘점경인물(點景人物)’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인물의 자세를 정확히 묘사하고 작품의 주제와 관련된 대상과 인물의 의복에는 채색을 사용해 두드러지게 했다. 다른 고사인물화첩과 달리 송대로 시기를 한정해 인물을 선정한 것도 특징이다. 화첩에는 북송의 육현(六賢)으로 불리는 주돈이·정호·정이·장재·소옹·사마광, 남송의 주희와 그의 스승 이동을 주제로 한 그림을 실었다.

우학문화재단 소유로 용인대가 관리해온 이 화첩이 고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을 경신할지도 주목된다. 기존 고미술품 최고 낙찰가는 2015년 12월 서울옥션 경매에 나온 보물 제1210호 ‘청량산괘불탱(淸凉山掛佛幀)’이 세운 35억2000만원이다.

이번 경매에는 이우환의 ‘점으로부터 No.770100’(추정가 9억~20억원), 백남준의 1991년 작 ‘갈릴레오’(추정가 3억2000만~6억원)를 비롯해 박수근 유영국 김환기 김창열 등 국내 거장들의 작품과 조지 콘도, 무라카미 다카시, 구사마 야요이 등 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까지 총 125점 130억원어치가 출품된다. 출품작은 다음달 4일부터 경매일까지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사전예약을 통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