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저축은행에 임원수 또 늘리라는 정부

입력 2020-06-23 18:09
수정 2020-06-24 00:25
“임원 자리 하나 더 늘린다고 감사의 독립성이 보장됩니까.”

23일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청와대 국무회의를 통과하자 저축은행업계에서 나온 반응이다. 법 개정안에는 은행과 증권사, 저축은행에 감사위원회를 도와 내부감사 업무를 담당하는 임원을 따로 두도록 의무화한 규정이 담겼다. 금융사에 별도로 ‘감사본부장’을 두도록 명시한 것이다. 직원에서 임원으로 내부감사 책임자 직급을 올리면 감사의 독립성이 강화될 수 있다는 취지다. 상근감사가 있다면 감사본부장을 따로 두지 않아도 된다는 대안도 열어줬다. 저축은행은 자산 규모 7000억원 이상인 경우에만 해당된다. 저축은행 중에서 여기에 해당되는 곳은 총 28곳이다.

저축은행업계 실무자들 사이에선 직원 수가 대부분 200~300명에 불과한 금융사에 감사본부장을 따로 두라고 한 건 과도한 요구라는 불만이 많다. 굳이 본부장을 신설해 감사 업무만을 맡길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통상 저축은행 임원은 6명이다. 기업과 리테일영업담당 임원이 각각 1명, 심사 1명, 전략 1명, 채권 1명, 준법감시인 1명 등이다.

준법감시인이 있는데 감사본부장을 별도로 두라고 한 것도 비효율적이란 지적이다. 저축은행은 2018년부터 의무적으로 준법감시인을 임원으로 선임하고 있다. 준법감시인은 다른 업무와의 겸직이 금지돼 있다. 준법감시인 산하엔 내부통제 전담 인력도 둬야 한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금도 비용 절감을 위해 임원을 줄이고 업무를 합치는 추세인데 내부감사만 담당하라고 임원을 별도로 두라는 건 무리한 요구”라고 말했다. 계약직인 감사본부장을 둔다고 감사의 독립성이 보장되겠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현행법상 감사와 관련해 금융회사에 주어진 선택지는 두 가지다. 사외이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를 꾸리거나, 아예 상근감사를 데려오거나다. 감사위원회 밑에 임원 한 자리를 더 마련하라는 이번 개정안은 저축은행이 ‘감사위원회’를 선택할 유인을 줄였다. 그렇다고 상근감사를 두기도 마뜩잖다. 자리가 생겼다는 소문이 나면 이곳저곳에서 ‘부탁’이 들어올 공산이 크다. 또 다른 고민의 시작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적지 않은 금융사의 감사들은 대부분 전직 관료 출신”이라며 “회사의 잘못된 부분을 내부에서 해결하기보다 정부 기관과의 ‘대화’로 풀어가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대관업무’에 무게가 실린 상근감사에게 내부감사를 책임지도록 한다고 해서 감사의 독립성이 보장될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