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효과 봤다…5월 생산자물가, 넉달 만에 '보합'

입력 2020-06-23 06:00
수정 2020-06-23 12:15
생산자물가지수가 재난지원금 덕에 내리막길에서 벗어났다. 재난지원금으로 식료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데다 국제유가도 급등한 결과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5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01.98(2015년 100 기준)로 전월 대비 보합을 기록했다. 지난 4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01.93이었다. 생산자물가는 생산자가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도매물가를 뜻한다.

생산자물가지수는 지난 4월까지 전월 대비 넉달 연속 하락세였지만, 재난지원금 효과에 보합으로 반등했다. 다만 5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과 비교해선 1.7% 내려갔다.

농림수산품 가격은 전달에 비해 2.7% 뛰었다. 축산물 가격과 수산물 가격이 각각 5.8%, 3.0% 올랐다. 5월 13일부터 지급된 재난지원금으로 소고기와 돼지고기 등 구매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재난지원금은 1인 가구엔 40만원, 2인가구 60만원, 3인 가구(80만원), 4인 이상 가구엔 100만원이 각각 지급됐다.

5월 돼지고기(17.4%), 쇠고기(4.8%) 물가는 올랐다. 수산물로는 넙치(33.3%), 기타어류(9.6%)의 물가도 견조하게 상승했다. 농산물 중에선 사과(42.8%), 배추(33.3%), 고구마(30.4%) 물가도 상승세를 보였다.

한은 관계자는 "5월부터 재난지원금 사용하면서 소고기, 돼지고기, 생선 횟감 품목들이 오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으로 수요가 줄었던 석탄·석유제품 물가도 하락 폭이 크게 개선됐다. 전달에 비해 0.3% 하락했다. 지난 4월 석탄·석유제품 물가의 전달 대비 하락 폭은 23.8%였다.

국제유가가 빠르게 반등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국제 원유시장에서 두바이유 가격은 5월 평균 배럴당 30.47달러로 전달 평균(20.39달러)에 비해 49.4% 상승했다.

다만 5월 석탄·석유제품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로는 45.5% 떨어졌다. 화학제품 물가도 전달과 비교해선 0.7%, 전년 동월에 대비 8.6% 하락했다.

서비스물가지수는 전월대비 0.1% 상승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1% 올랐다. 한식 음식업과 호텔 물가가 각각 0.1%, 2.1% 뛰었다. 금융 및 보험 부문에서 위탁매매수수료 물가도 전월대비 6.2% 상승했다.

최근 유가가 계속 오르고 있는 만큼, 6월부터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도 반등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중동 두바이유 가격은 42.95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통상 생산자물가는 한 달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3% 하락했다. 국제유가 급락으로 석유류 가격 하락은 소비자물가를 0.82%포인트 끌어내렸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