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시고 싶어도 마실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임산부, 노인, 투약 중인 환자 등이다. 체질적으로 술이 약한 사람도 적지 않다. 이들을 겨냥한 술인 무알코올 맥주 시장이 최근 커지고 있다. 건강을 챙기는 트렌드와 맞물려 일반인도 즐겨 찾는 술이 됐다.
국내외 주류업계는 이런 트렌트에 맞춰 틈새시장 정도로 취급하던 무알코올 맥주 제품 개발에 공들이고 있다. 국내 1위 맥주업체인 오비맥주가 연내 카스제로를 출시한다. 하이트진로가 하이트제로0.00, 롯데칠성음료가 클라우드클리어제로를 출시한 데 이어 오비맥주도 이 시장에 뛰어들기로 했다. 중국 맥주 브랜드 칭따오도 신제품을 내놓고 한국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오비맥주·칭따오도 신제품 출시
맥주 성수기인 여름을 겨냥해 다양한 무알코올 맥주 신제품이 나오고 있다. 국내 수입맥주 유통회사인 비어케이는 이달 초 칭따오 논알콜릭(사진)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맥주와 같은 맛을 내기 위해 맥주와 똑같은 공정으로 제조하고 마지막 단계에서 알코올을 제거했다. 기존 맥주처럼 잔에 따랐을 때 거품도 생긴다.
오비맥주는 올해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카스제로의 제품 개발과 상표 등록을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오비맥주는 카스를 비롯해 다양한 수입 브랜드 맥주를 판매하고 있지만 무알코올 맥주 제품은 없었다. 카스제로가 첫 무알코올 맥주다. 카스제로 출시는 오비맥주의 글로벌 지주사인 벨기에 주류기업 AB인베브의 사업 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AB인베브는 2025년까지 전체 맥주 생산량에서 무알코올·저알코올 맥주 비중을 20%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이트진로는 자회사인 하이트진로음료를 통해 2012년 하이트제로0.00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국내 첫 무알코올 맥주였다. 출시 당시 무알코올 맥주 시장 규모는 10억원에 그쳤다. 시장이 꾸준히 커지면서 이 제품은 지난달까지 누적 5400만 캔을 팔았다. 롯데칠성음료에는 2017년 출시한 클라우드클리어제로가 있다.
“초기단계…성장 가능성 커”
주류업계가 무알코올 맥주를 내놓는 것은 이 시장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이달 초 발간한 ‘해외 주류 시장의 현황 및 트렌드’에 따르면 2024년까지 세계 무알코올 음료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23%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무알코올 맥주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다. 올해 시장 규모는 189억원 정도다. 일본에서는 이미 연 7000억원대 시장이 형성돼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국내 무알코올 맥주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무알코올 맥주는 주류가 아니라 음료 카테고리로 구분되기 때문에 제조사 입장에서 매력적이다. 주류 생산에 따른 각종 규제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하지만 판매에서는 주류에 적용되는 규제를 받는다. 만 18세 이하 청소년에 대한 주류 판매는 금지돼 있다. 청소년보호법, 어린이식생활안전관리특별법 등에 따라 맥주로 분류돼 있다.
일부 무알코올 음료엔 1% 수준의 소량의 알코올이 들어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술을 마셔서는 안 되는 임산부, 운전자, 환자 등은 무알코올 음료라고 해도 알코올 성분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