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 사장단의 보이지 않는 선행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사장 또는 대표이사로 승진한 경영진 모두가 ‘아너 소사이어티’ 및 ‘아너스 클럽’에 가입한 것으로 뒤늦게 나타났다. ‘아너’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대한적십자사, 유니세프 같은 비영리단체에 1억원 이상을 기부했거나 일정기간 이내 해당 금액을 내겠다고 약속한 고액 기부자에게 붙는 호칭이다.
22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박학규 삼성전자 DS 부문 경영지원실 사장과 경계현 삼성전기 사장이 최근 ‘아너 소사이어티’에 합류했다. ‘사랑의열매’ 홈페이지에서 이들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아너 회원은 2193명이며 누적 약정금액은 2434억원이다.
이들 외에도 ‘아너’로 분류되는 삼성 경영진이 상당하다. 지난해 말 사장 또는 대표이사로 승진한 경영진 9명이 대표적이다. 최윤호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사장, 전경훈 네트워크사업부 사장, 황성우 삼성종합기술원 사장,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 김대환 삼성카드 사장, 장석훈 삼성증권 사장, 심종극 삼성자산운용 대표 등이 ‘1억원 이상 기부’ 행렬에 동참했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 경영진이 기부를 약정한 기관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한적십자사,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굿피플 등 네 곳”이라며 “모든 경영진이 자발적으로 기부 캠페인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최근 삼성 사장단이 앞다퉈 기부에 나서고 있는 배경엔 이재용 부회장이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부터 ‘사회와의 동행’이란 비전을 강조해왔다. 경영진에도 “삼성 경영진이라면 어려운 이웃에게 관심을 둬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지난달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했을 때도 모든 삼성 임원이 지원금 전액을 기부했다.
이 부회장 자신도 기부에 적극적이다. 소외된 이웃을 돕는 시설 등에 ‘조용한 기부’를 이어가고 있다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신임 임원에겐 와인이나 난초 화분 대신 ‘기부 카드’를 선물하고 있다. 임원이 참여하는 종교단체에 해당 임원 명의로 기부금을 대신 내줬다는 뜻이다.
삼성은 임직원이 기부하면 회사가 동일한 금액을 출연하는 매칭 그랜트 제도를 2011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임직원이 낸 기부금 260억원에 회사 매칭기금 260억원을 더한 약 520억원의 성금을 마련해 청소년 교육 기관 등에 기부했다. 삼성전자 임직원의 매칭 그랜트 참여율은 90%에 육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