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부사장으로 불렸어도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고 고정 급여를 받는 등 사실상 직원 대우를 받았다면 퇴직금을 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보험계리사 A씨가 보험계리법인 B를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2003년 B사에 입사한 후 프리랜서로 일하다가 2005년부터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하고 매달 일정한 월급을 받았다. 이후 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 A씨는 회사에서 부사장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실제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A씨는 2017년 퇴사하면서 퇴직금 6570여 만원을 달라고 요구했는데 B사는 A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며 거부했다.
1심은 A씨가 사실상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노동을 제공하는 근로자였다며 퇴직금 3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사무실로 정시 출퇴근했고 회사 법인등기부에 대표이사나 감사로 등록된 바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A씨가 B사의 지분을 보유해 사원총회 등에서 의결권을 행사한 기간은 회사에 종속된 근로자가 아니라고 보고 퇴직금 산정 기간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봤다.
반면 2심은 A씨가 근로자가 아닌 '관리자'라며 1심 판결을 취소하고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A씨가 회사에서 부사장으로 불렸고 회사 경영 사정을 이유로 급여를 스스로 줄이기도 하는 등 일반적인 근로자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는 취지에서다.
대법원은 다시 항소심의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부사장 호칭 등은 형식·명목적인 것에 불과하고 A씨는 실질적으로 B사의 근로자 지위에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