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우내환' 이스타항공…제주항공, 인수 포기하나

입력 2020-06-22 15:44
수정 2020-06-22 17:18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계약 종료 시한을 일주일 앞두고 이스타항공이 체불임금 문제로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 양측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계약 성사 여부 자체가 불투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 경영진은 최근 제주항공에 "밀린 임금 중 3개월치는 '휴업 수당 반납'을 통해 해결할테니 나머지 2개월치를 나눠서 부담해달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제주항공은 "임금체불 문제는 현 이스타항공 경영진이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은 올 2월부터 직원 1600여명의 월급을 체불해왔다. 이달 밀린 월급까지 합하면 체불임금은 총 250억원에 달한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이 합의한 매각대금(545억원)의 절반가량이다.

경영진이 이런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스타항공은 내홍을 겪을 전망이다. 제주항공에 조건부로 내건 '3개월치 휴업 수당 반납'은 이스타항공 노동조합과 사전 합의된 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스타항공 경영진은 이전에도 노조 및 직원들에게 고용유지를 전제로 4월 이후 휴업수당을 반납하는 안을 제시했지만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이스타항공 노조는 지난 21일 "실질적 오너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책임 지고 임금체불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하는 시위를 열었다.

업계에서는 이스타항공의 임금체불 문제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사장을 포함한 현 경영진은 "재정이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을,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이 책임 지고 해결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가 책임을 묻고 있는 이 의원도 "7년 동안 경영에 개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와 상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이스타항공의 지분 40%가량을 보유한 이스타홀딩스는 이 의원의 자녀들이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스타항공이 제주항공 '압박용'으로 임시 주주총회를 열면서 양측 간 긴장이 심화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오는 26일 임시주총에서 제주항공으로부터 후보진을 받아 이사 및 감사를 선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수 절차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제주항공은 계약 선결조건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후보진을 달라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이스타항공의 인수 의지는 아직 확고하다"면서도 "이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이 체불임금 문제, 계약 선결조건 미충족 등이 해결되지 않을 것을 대비해 인수 포기 시나리오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양측의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온 만큼 계약 종료 시한인 29일이 계약 성사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