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계속 오를 게 분명한데 집주인들이 팔겠어요? 오늘도 사겠다는 사람들의 전화는 밀려드는데 매물은 없어요.”
22일 서울 송파구 잠실에 위치한 한 중개업소 대표는 이같이 말했다. 이 중개업소에는 이날 오전에만 십여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모두 매물을 찾는 매수자들의 전화다.
잠실동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삼성동, 청담동 등 4곳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내일(23일)부터 대지지분 면적이 18m² 초과인 주택을 구입하려면 반드시 관할구청 허가를 받고 매입 후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 다만 이날까지 매매 계약을 체결하면 이같은 규제를 피할 수 있기 때문에 매수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이 지역 공인중개업소들에 따르면 17∼22일 엿새간 토지거래허가구역 주요 단지에서는 매물이 나오는 족족 매수가 이뤄지고 있다. 이 때문에 호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올 초 까지만 해도 18억~19억원선에 거래가 이뤄지던 잠실동 리센츠 전용면적 84m² 호가가 최대 3억원가까이 뛰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8일엔 21억원에 팔렸다. 인근 Q공인 관계자는 “호가가 급격히 많이 뛰었지만 매물이 없어서 못 팔 지경”이라고 전했다.
강남구 삼성동에서는 삼성풍림2차 아파트 전용 94m² 호가가 직전 거래가(2월 14억6000만원)와 비교해 5억 가까이 뛰었다. 인근 대치동과 청담동도 사정은 비슷하다. 규제 시행 전에 서둘러 토지거래허가구역에 ‘갭투자’를 하려는 투자자들이 몰린 것이다.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매수자들의 관심이 쏠리니 집을 당장 팔겠다고 나섰던 집주인들도 슬그머니 매물을 다시 거둬들이는 분위기“라며 ”오늘까지 전세 낀 매물이 있으면 어떤 단지든지 상관없이 매수하겠다는 투자자도 있었다“고 말했다.
삼성동 H공인 대표도 ”이제 강남에 집 사려면 15억원 이상 아파트는 대출도 안되고, 2년안에 전입신고 안하면 징역형 또는 높은 과태료를 문다고 하니 그 전에 어떻게든 집을 구입하려는 매수자들이 많다“며 ”정부가 대놓고 개발호재와 인프라가 갖춰질 로또 지역을 찍어준 셈인데 투자 수요가 어찌 몰리지 않을 수 있겠냐“라고 강조했다.
잠실동이 규제지역에 포함되면서 인근 신천동이나 가락동 단지들도 반사 수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신천동은 행정동은 잠실4·6동이지만 법정동은 신천동이어서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를 피했다. 부동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토지거래허가제에 걸리지 않은 역삼이나 도곡, 개포 등 나머지 강남지역이나 신천동 장미, 파크리오, 진주·미성·크로바 등이 반사 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글이 퍼지고 있다.
실제 파크리오 매물도 호가가 나날이 치솟는 중이다. 6월 초까지만 해도 전용 84m²의 경우 16억원 후반대에서 17억원 선에 집을 살 수 있었지만 현재는 19억원 이상을 줘야 매매가 가능하다. 인금 P공인 관계자는 ”벌써부터 규제 이후 더 오르기 전에 사자는 매수자들의 연락이 많이 걸려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지 지분이 18㎡ 이내인 주상복합이나 대단지 아파트 소형 평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중이다. 토지거래허가는 아파트 전용·공급면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토지 면적 18㎡ 기준이기 때문이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주상복합 갤러리아팰리스전용 84㎡(공급 107㎡)의 경우 대부분 대지 지분이 7~10㎡로 규제에 포함되지 않는다. 잠실동 리센츠 전용 27㎡(대지 면적 13.06㎡)도 규제 대상이 아니다.
서울 잠실에 살고 있는 한 수요자(48)는 ”벌써부터 사람들 사이에선 규제를 피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는 단지들을 찾는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같은 현상이 정상이냐“고 강조했다. 그는 ”결국 정부가 나서 투자수요를 자극하는 것“이라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않아도 되는 현금부자들은 영향을 받지 않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일부 특권층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규제라는 생각도 든다“고 비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