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부동산, 자산주, 인플레이션 연계 채권…
로이터통신은 21일(현지시간) 물가 상승에 베팅한 투자자들이 최근 자금을 넣고 있는 자산들을 이렇게 꼽았다. 정부 지출과 중앙은행의 양적 완화가 결국 인플레이션을 10년간의 낮잠에서 깨울 것이란 예상에 근거해서다.
올해 세계 경제가 작년보다 6% 축소될 것이란 예상(경제협력개발기구)에 비춰보면 인플레이션을 기대하는 것은 다소 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 최근 시장 지표들을 보면 향후 수년간은 가파른 물가 상승이 나타나지 않을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미국과 유럽의 인플레이션 지표는 앞으로 10년 동안 연간 물가상승률이 1% 안팎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각국 정부가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시중에 돈을 풀었을 때에도 심각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3년 이런 현상을 추리소설 셜록홈즈 시리즈에 나오는 표현인 '짖지 않는 개'에 비유했다.
그렇다면 왜 지금 일부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에 주목할까. 이제는 "개가 짖을 때가 됐다"는 분석에 근거해서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로 돌아가보면, 대규모 양적완화에도 물가가 오르지 않은 이유를 전문가들은 글로벌 분업화와 기술 혁신에서 찾았다. 반대로 말하면, 지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이런 원동력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이다.
마이크 켈리 파인브릿지 자산운용부문 대표는 이런 분석에 근거해 최근 금에 투자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한 불안 심리 때문에 금값이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3~5년 후에는 본격적 물가 상승과 함께 더 크게 뛸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보수적으로 이름난 독일 중앙은행조차 대규모 부양책을 내놨다. 그동안 금기시돼 왔던, 중앙은행이 기업에 직접 자금을 넣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자산운용사 DWS의 클라우스 칼더모르겐 포트폴리오매니저는 "각국 중앙은행이 제한없이 부양책을 쏟아내는 상황은 비정상적"이라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안전자산 투자를 더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을 예상하는 이들은 글로벌화의 후퇴에 주목하고 있다. 국제 교역이 줄고 선진국 기업들이 생산시설을 자국으로 옮기면 가격이 상승할 수 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칼더모르겐은 최근 부동산 투자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통화량 공급에 비해 신축 부동산 공급은 더디다는 판단이다. 영국 금융회사 리걸&제프리는 농지와 삼림 투자를 확대하고 나섰다. 건설경기 회복에 베팅한 움직임이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