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용 X레이로 20조 글로벌시장 도전"

입력 2020-06-21 17:02
수정 2020-06-22 00:58

투과성이 강해 물체의 내부를 볼 수 있는 엑스레이는 의료진단 분야의 필수 장비다. 하지만 부피가 커 설치하려면 넓은 공간이 필요한 것과 최고 1억원에 달하는 가격이 단점으로 꼽힌다. 강원 춘천시의 의료용 방사선기기 업체 레메디는 이런 엑스레이 진단장비의 진입장벽을 확 낮췄다. 이 업체는 초소형 엑스레이 튜브 제조 기술력을 바탕으로 휴대용(포터블) 엑스레이 진단장비(사진)를 상용화하는 등 의료기기 중에서도 ‘초고가’로 분류되는 방사선 진단·치료장비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휴대 간편하고 가격 경쟁력 갖춰

레메디가 보유한 핵심 기술은 ‘고집속 엑스레이 발생기술(HIFoX Technology)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은 엑스레이 발생장치의 주요 부품인 엑스레이 튜브의 크기를 4㎝까지 줄이면서도 저선량·고해상도 성능을 보유한 게 특징이다. 엑스레이 튜브의 크기가 세계 최소 수준으로 줄면서 포터블 엑스레이 진단장비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레메디는 2012년 회사 설립 이후 연구개발(R&D)을 지속한 지 약 5년 만에 이런 핵심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레메디는 2017년 치과용 포터블 엑스레이 진단장비를 시작으로 의료기기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휴대가 간편한 특징과 가격 경쟁력이 미국, 일본 의료업계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지난해 누적 판매량 1000대를 돌파했다. 이 중 70%는 미국 시장에서 거둔 실적이다. 레메디의 매출은 2018년 5억원에서 지난해 20억원으로 뛰어올랐다.

레메디는 지난해 흉부용 포터블 엑스레이 진단장비를 새롭게 선보였다. ‘폐렴 신속진단 엑스레이 플랫폼’을 강원 홍천보건소와 영월보건소에 보급하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를 계기로 증가한 엑스레이 진단장비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동국제약 자회사인 동국생명과학과 포터블 엑스레이 진단장비의 국내 독점 판매권 계약을 맺기도 했다.

“암 치료 등 방사선 의료 서비스 대중화”

레메디의 다음 목표는 방사선 암 치료기 상용화다. 방사선 암 치료기는 5만 개에 이르는 부품이 필요할 정도로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의료기기다. 생산국이 미국, 스웨덴 두 곳밖에 없고 대당 가격이 최고 200억원에 달할 정도로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이다. 구자돈 레메디 대표는 “미국은 전체 암 환자의 58%가 방사선 암 치료를 받고 있는데 한국은 28%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방사선 암 치료기를 국산화해 고급 의료 서비스의 대중화에 기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레메디의 방사선 암 치료기 상용화 사업은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하는 ‘영상유도 방사선 치료 시스템 상용화 생태계 조성’ 사업의 국책과제로 선정됐다. 사업비 42억원을 지원받게 되면서 방사선 암 치료기의 주요 부품인 선형가속기 개발 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레메디는 춘천에 선형가속기 제조공장을 설립하고 내년께 시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구 대표는 “방사선량을 30분의 1로 줄인 컴퓨터단층촬영(CT) 장비, 디지털카메라 크기의 초소형 엑스레이 진단장비 등 고가의 방사선 의료기기를 국내외 시장에 적극적으로 보급하며 20조원 규모의 글로벌 방사선 진단·치료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