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독(毒)해지는 홈술족…소맥말고 양주 마신다

입력 2020-06-21 10:44
수정 2020-06-21 10:46

맥주와 소주, 와인에 밀려 외면받던 '독주(毒酒)' 양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면서 전성기를 맞았다.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과 '혼술(혼자 마시는 술)'을 즐기는 사람이 다른 주류들과 함께 양주 또한 매출이 증가했다.

21일 이마트는 올 3~5월 주류 매출을 분석한 결과 양주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3%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4월과 5월은 각각 36.4%, 36.5% 증가해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롯데마트도 지난 5월 1일~6월 17일 양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8% 올랐다.

마트에서 매출증가가 두르러진 까닭은 코로나19로 면세점에서 주류 구매가 어려워진 이유도 있다. 그간 비싼 가격과 높은 도수로 다른 주류에 비해 인기가 높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매출 증가는 의미가 크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이마트의 경우 양주의 기본인 위스키 판매가 올 3~5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0.7% 증가한 가운데 칵테일과 함께 마시는 보드카 모히토 예거마이스터 바카디 등의 매출도 40%가량 급증했다.

양주 매출 호조에 따라 양주를 얼음과 같이 넣어 마시는 온더록스 전용 잔과 칵테일 전용 텀블러도 판매가 각각 36.9%, 80.0% 크게 늘었다.

고급 양주를 마트에서 구매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면세점이나 백화점, 주류 전문 매장에서 주로 팔리는 고급 양주의 마트 매출이 증가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마트는 조니워커 블루, 발렌타인 21년, 로열살루트 등 고급 양주 매출이 같은 기간 20~60% 증가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막히자 면세점 주류 구매가 힘들어진 상황에서 이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대형마트에서 양주를 구매하는 사람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홈술문화와 혼술족의 영향으로 맥주와 소주의 매출도 증가하고 있다. 유흥업소 대신 집에서 술을 즐기는 탓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하이트진로의 테라 월 판매량은 300만박스 수준으로 월별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1분기 월평균 200만박스에 비교해 성장했다. 진로이즈백도 100만 상자를 웃도는 실적을 나타내고 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